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 상반기 세계 스포츠 대회 일정이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른바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대회가 취소되고 4월 개최가 전통이던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가을로 연기되는 등 각 종목 최고 권위의 대회가 무산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에선 국외클럽·국가대항 축구경기가 무기한 연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윔블던 대회 주관단체인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AELTC)’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건 우려에 따라 2020년 대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134회 대회는 2021년 6월 28일부터 7월 11일에 열린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윔블던 대회는 당초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런던 윔블던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멈췄던 건 여태까진 세계대전뿐이었다. 윔블던 대회는 1877년 시작한 이래 세계 1·2차 대전 발발로 각각 1915~18년, 1940~45년 중지된 적이 있다. 앞서 지난달 또다른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프랑스오픈 대회가 개최 시기를 기존 5월에서 9월로 옮겼다. 그러나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과 달리 윔블던 대회는 잔디코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여름 외 다른 계절로 연기하는 게 어렵다.
윔블던 대회 외에도 상반기 예정되어 있던 각 종목의 대표적 대회들은 이미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육상대회 중 최고 권위로 평가받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 역시 9월 14일로 연기된 상태다. 본래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4월 세번째 월요일에 열리는 게 관례다. 1897년 시작해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세계사적 위기에도 124년간 매년 빠짐없이 같은 일정에 계속됐으나 올해는 예외가 됐다. 주최단체인 보스턴체육협회(BAA)는 이날 역사상 처음으로 대회 일정 변경에 따라 참가비 반환을 시작했다.
골프는 5월까지 편성된 메이저 대회가 이미 모두 연기를 확정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당초 10~13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마스터스는 미 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중 가장 먼저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다. 이후 5월 15~18일에 예정됐던 PGA 챔피언십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유럽 축구계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UEFA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55개 회원국 축구협회 대표와 논의한 끝에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향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리그 일정이 만약에라도 재개될 여지를 남겨놓기 위한 조치다.
6월까지 예정된 국가대표팀 경기도 미뤄졌다. 이미 2021년으로 연기된 유로 대회 예선, 같은 해 예정된 여자축구 유로 예선 플레이오프가 해당된다. 유로 예선 플레이오프는 아일랜드와 영국 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리버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16강 2차전 경기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유로파리그 또한 지난달 13일 16강 1차전을 치르고서 일정이 연기됐다. 대회가 중단되기 전 지난 2월에 열린 아탈란타와 발렌시아 CF의 16강 1차전 경기에서는 대회 관중들에게 코로나19가 대거 전염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두 구단이 각각 속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국가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매체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3가지 대안이 있다. 5월 중순, 6월 중 또는 6월 말에 리그를 재개하는 방안”이라면서 “하지만 아무 것도 성공하지 못하면 이번 시즌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