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종신이 올해 특별한 생일을 맞았다. 다달이 싱글을 발표하는 활동 ‘월간 윤종신’이 지난달로 만 열 살이 됐다. 강산도 변하는 긴 세월 동안 윤종신은 단 한 번의 누락 없이 자신의 계획을 착실히 실행에 옮겼다. ‘월간 윤종신’은 가요계에 선명하게 돋보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차곡차곡 포개진 시간과 작품은 가수 경력에도 빛나는 자취를 새겼다.
윤종신의 프로젝트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에서 찾은 돌파구였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최신 노래 리스트 위주로 음악을 감상하는 인구가 급증했다. 정규 음반을 제작해도 타이틀곡이 아닌 다른 노래는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규 앨범은 흐름과 통일성도 신경 써야 하지만 싱글은 그 강박에서 자유롭다. ‘월간 윤종신’은 창작열을 부단히 가동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는 모델이 됐다.
많은 이가 윤종신을 따라 ‘월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이 밴드 데이식스, 여성 국악 트리오 뮤르, 래퍼 베이식, 재즈 밴드 빅타이거 그룹, 개그맨 유세윤, 싱어송라이터 조규찬, CCM 가수 초롬, 트로트 가수 한가을 등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이 매달 신곡을 내는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 후발 주자 중 다수가 한시적으로 시리즈를 운영하거나 얼마 못 가 포기했다. 반면 윤종신은 10년 동안 성실히 과업을 수행했으니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다.
긴 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윤종신은 다채로움도 유감없이 뽐냈다. 발라드, 어덜트 컨템퍼러리 곡들이 큰 인기를 얻어 왔기에 일부 대중은 윤종신을 애절하고 잔잔한 음악만 하는 가수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월간 윤종신’을 통해 레게(‘쿠바 샌드위치’), 보사노바(‘바바바’), 시티팝(‘떠나’), 일렉트로니카(‘살아온 자 살아갈 자’), 재즈(‘해피 뉴 이어 위드 유’), 하드록(‘망고쉐이크’) 등 여러 스타일을 소화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아기자기한 연출도 ‘월간 윤종신’이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이따금 윤종신은 ‘본능적으로’, ‘해변의 추억’처럼 원본 하나를 두고 가사와 편곡을 달리해 정서가 상반되는 노래를 동시에 선보였다. ‘이별손님’, ‘좋아’ 같이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을 다른 이의 시점에서 새롭게 풀이한 속편으로 유기적인 쌍방향 음악 드라마를 만들었다. 한 편의 작품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재활용의 묘미를 발굴했다.
1990년 공일오비의 객원 보컬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으니 윤종신은 올해가 데뷔 30주년이기도 하다. 이렇게 연차가 오래된 대선배들은 과거에 안주하기 쉽다. 하지만 윤종신은 아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빈번하게 출연하면서도 본업을 방기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오히려 더 정성스러웠다. 이 열정은 여전히 층을 쌓아 올리고 있다. ‘월간 윤종신’은 창작에 대한 열의, 근면함, 탄탄한 음악성, 재치가 집적된 찬란한 금자탑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