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로고송은 전령사 역할을 한다. 각 당과 후보의 선거 슬로건과 공약이 압축된 선거송을 통해 유권자들은 선거시즌임을 체감하고 표심을 정한다. 여야 정당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인상적인 메시지를 싣기 위해 고심한다.
4·15 총선에서는 ‘사랑의 재개발’이 부상했다. 유재석씨가 지난해 11월 유산슬이란 트로트가수로 변신해 부른 곡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모두 선거송으로 채택했다. “싹 다 갈아 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 다.” 이런 노랫말은 야당의 선거 전략인 정권 심판론에 보다 어울린다. 하지만 단기간에 국민 트로트의 지위에 근접한 폭넓은 인기 때문에 여당의 선택도 받았다. 민주당은 가사를 “싹 다 1번 주세요”로 바꿔 선거에 활용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밖에 ‘한잔해’ ‘너라면 OK’ ‘엄지척’ 등의 트로트곡과 ‘달라달라’ 등의 댄스곡을 자당 후보들에게 추천했다. 코로나19 극복을 강조하기 위해 발라드곡 ‘걱정말아요 그대’와 ‘하나 되어’ 등도 추가했다. 통합당은 ‘황진이’와 ‘어부바’ ‘곤드레 만드레’ ‘찐이야’ 등을 선곡했다. 중앙당 차원의 대표곡으로는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당 지도부가 부른 곡을 올렸다. 박상철의 ‘무조건’은 이번 총선에서도 양당의 선택을 받아 스테디셀러임을 입증했다. 민생당은 ‘혼자가 아닌 나’를 선택해 거대 양당 속에 존재감을 알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의 선거송이었던 ‘질풍가도’ 등을 채택했다.
선거송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확성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본격 등장했다. 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DOC와 춤을’이란 곡을 ‘DJ와 춤을’로 개사한 곡은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선 이정현의 ‘바꿔’가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여야 모두 시끄러운 선거송이나 율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차분한 선거라 하더라도 투표 열기까지 식지는 말았으면 한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