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프로스포츠에서 아시아 선수를 노린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있다. 경기장의 인종차별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가파르게 확산됐다. 최근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일본인 선수들이 인종차별 피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리그가 시작돼도 인종차별의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될 우려가 높다.
일본 교도통신은 5일 “시카고 컵스의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34)가 미국에서 확산되는 인종차별을 체감하고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다르빗슈는 이란계 미국인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로 입성한 뒤 9년째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인종차별 피해를 호소한 적이 없었다. 이런 다르빗슈가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인종차별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다르빗슈는 “(생필품 구입을 위해) 시장으로 갈 때를 제외하면 거의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미국에서 아시아인과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존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면서 과거보다 늘어난 인종차별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지역사회에서 흉흉해진 민심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총기와 결합돼 폭력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총기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 시민들이 총을 과거보다 더 많이 구입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1~2년 뒤 식량이 부족해지고 더 많은 실직자가 발생할 경우를 생각하면 두렵다”고 했다.
다르빗슈는 컵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에 체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튿날인 지난달 13일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중단하고 정규리그 개막을 연기했다. 이로 인해 스프링캠프에 체류하던 일본인 메이저리거가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갔다. 그중 일부의 귀국 사유는 코로나19에만 있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사히로는 지난 2일 트위터에 일본으로 지난달 하순에 귀국해 2주간 자택에서 격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 이외에도 신변 위험을 느낀 사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변을 위협한 사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일본 언론들은 다나카가 양키스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같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아직 인종차별 피해를 주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영역을 유럽 축구를 포함한 다른 프로리그로 넓히면 한국인 선수도 예외 없이 코로나19로 인한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2월 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마친 뒤 현지 중계방송사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 도중 두 차례 마른기침을 했다. 이를 두고 토트넘 팬들 일부가 손흥민을 감염자로 취급하면서 바로 옆의 토트넘 동료에게 “명복을 빈다”는 식의 악성 댓글을 스카이스포츠 홈페이지에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