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대다수 국가가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느슨한 봉쇄’를 선택한 나라들도 있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영국 BBC는 5일(현지시간) ‘네덜란드식 봉쇄는 왜 고위험 전략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느슨한 봉쇄 모델의 적절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이웃 유럽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엄격한 봉쇄 조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자신들은 ‘지능적이고, 타깃이 명확한’ 봉쇄를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느슨한 봉쇄’, 혹은 ‘지능적 봉쇄’ 전략의 일차적 목표는 이동 제한이나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심리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데 있다. 팬데믹 사태가 잠잠해져 사회를 원상태로 되돌리기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클링겐다엘 국제관계연구소의 루이스 반 샤익 박사는 “우리가 냉철하고 계산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을 집에 격리시키는 방식의 과민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스웨덴 정부는 50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했으나 학교, 식당, 체육시설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회사로 출근한다. 시내의 술집과 식당, 상점 밀집 지역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두 국가의 궁극적 목표는 ‘집단 면역’이다. 집단 면역이란 예방 백신을 맞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항체가 생겨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추게 된 상태를 뜻한다. 통상 인구의 50~70%가 감염되면 자연스럽게 집단 면역이 생겨 전염병 확산을 멈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강도 봉쇄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높이는 것보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며 인구 전체가 서서히 면역을 갖추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집단 면역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전략이라는 데 있다. 인구가 집단 면역을 갖추려면 수개월 혹은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스웨덴에서는 수도 스톡홀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총 1651명이 숨져 약 9.9%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매우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BBC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식 전략은 실제 정보보다는 열망에 바탕을 두고 있을 수 있다”며 “이들의 지능적 봉쇄가 국민들을 집단 면역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