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 ‘실업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실물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올해 실업률이 10%대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력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실업률이 1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JP모건은 지난주(3월 29일~4월 4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700만건에 달할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그 전주 사상 최대인 660만여건을 능가하는 수치다.
JP모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어마어마하며, 현재 실업수당 관련 구글 검색을 하는 사람들은 지난 2주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인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1000만건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로 미국 실업률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 연 13% 정도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는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수석연구원도 “우리는 미국과 유럽 내 실업률이 10%대로 진입하는 것을 보고 있다. 대공황 이후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미 노동부는 3월 실업률이 4.4%로 증가하고(전월 3.5%), 비농업 일자리는 70만1000개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비농업 일자리가 감소한 건 201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이 수치마저 3월 중순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향후 실물경제 수치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유럽에서도 실업 관련 상황은 심각하다. 이미 실업률이 13.8%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신규 실업자 수가 전월 대비 30만2000명 증가해 83만4000명에 달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16일 이후 2주일간 약 100만명이 ‘유니버설 크레디트’(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복지 수당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를 신청했다. 오스트리아의 지난달 실업률은 12%가량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치였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태국에선 지난달 28일 이후 전체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2300만명이 정부 보조금을 신청했다. 보조금은 이 중 900만명에게만 3개월간 56만원가량씩 지급될 예정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일본의 경우 실업률이 현 2.4%에서 연말쯤 3.7%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은 2월 도시 지역 실업률이 6.2%로 뛰었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800만명의 신규 실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호주의 ANZ은행은 집계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경기침체는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돼 내년에도 경기 회복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