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승훈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이제야 반환점에 도착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음악 인생의 절반이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지금껏 그래왔듯 ‘음악만 하는 신승훈’으로 살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제가 신인 시절부터 자주 했던 말이 있어요. 가요계에서 단번에 한 획을 긋는 뮤지션이 되기보다는 계속 의미 있는 점을 찍고 싶다고, 그래서 언젠가 그 점이 연결됐을 때 하나의 획처럼 보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가요사에 ‘신승훈’이라는 선이 그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음악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어요.”
신승훈의 이 같은 이야기는 지난 6일 가진 인터뷰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는 “누군가에게 추억이 될 만한 음악을 만들며 살아왔다. 지금도 음악이 정말 좋다”고 했다. 남은 음악 인생의 목표를 물었을 때는 “비틀스의 ‘렛 잇 비’처럼 위안을 선사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인터뷰는 신승훈이 8일 발표하는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를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음반은 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2015년 발표한 정규 11집 이후 4년 5개월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앨범에는 신승훈 특유의 짙은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 8곡이 담겨 있다. 소속사 도로시컴퍼니는 “소장 가치가 높은 음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는데, 실제로 LP로 제작된 한정판(1000장)의 경우 주문이 시작되자마자 품절됐다고 한다. 신승훈은 “나는 의리 있는 팬들을 만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1990년 1집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발표하며 데뷔한 신승훈은 한국의 발라드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1~7집은 모두 1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등 히트곡도 한두 곡이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엔 항상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신승훈은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었는데 ‘발라드의 황제’로만 불러주니 섭섭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겐 족쇄처럼 느껴지는 표현”이라며 “하지만 음악 색깔이 분명하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해 좋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신승훈이 자신의 노래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곡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그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꼽았다. “저의 음악이 시작된 게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인 만큼 데뷔 30주년을 맞은 올해만큼은 이 노래를 대표곡으로 꼽고 싶어요. 과거엔 ‘국민 가수’라고 불러주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게 그런 칭호는 이제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 어린 친구들은 저를 잘 모르니까요(웃음). 앞으로도 ‘국민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노래를 좀 갖고 놀 줄 알았던 뮤지션’ 정도로 기억되고 싶어요. ”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