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이 지난해 9월 새 치료법에 도전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개 구충제 ‘펜벤다졸’을 이용한 치료였다. 당시 미국의 폐암 말기 60대 환자가 펜벤다졸을 3개월간 복용한 뒤 완치가 됐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퍼지자 김철민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동영상 소문으로 펜벤다졸을 찾는 말기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이 약은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김철민은 항암 치료와 구충제 복용을 병행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지난달엔 “하루하루 몸이 좋아지고 있어 5월쯤 대학로에 서겠다”고 전했다. 기적처럼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구충제 효과가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오히려 삶의 의지가 명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구충제가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효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엔 구충제 ‘이버멕틴’이다. 1970년대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것으로 다양한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최근 호주 연구진이 이버멕틴이 코로나바이러스를 48시간 안에 죽인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구충제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에는 이버멕틴 성분의 구충제가 사람용으로는 허가돼 있지 않고 동물용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도 증시에선 6일 구충제 관련주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7일에도 강세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대한약사회도 소비자 오남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도 없이 말라리아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할 것을 권해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지만 트럼프는 “시간이 없다. 잃을 게 뭐가 있느냐”는 태도다. 이 모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벌어지는 논란이다. 하루빨리 치료제라도 나오면 ‘카더라’에 혹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