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뼈를 깨고 수술했다, 수술 후 냄새를 못 맡았다, 수술 후 통증이 너무 심했다….
축농증 수술과 관련해 떠돌던 ‘뒷담화’들이다. 하지만 요새는 이런 뒷말이 쑥 들어갔다. 뼈는 물론 피부 절개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내시경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사라져버린 까닭이다.
축농증 내시경 수술은 이비인후과 영역의 수술 중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에만도 총 5만9314건이나 이루어졌을 정도다. 지금은 축농증 수술이라고 하면 당연히 내시경 수술을 떠올리게 됐지만, 사실 이 수술법이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얼마 전만 해도 축농증 수술을 하려면 먼저 윗잇몸을 절개한 뒤 뼈를 깨고 그 틈으로 수술 기구를 집어넣어 부비동 속의 고름과 병든 점막을 일일이 긁어내야 했다. 당연히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출혈이 클 수밖에 없었고, 수술 후 재발도 잦았다.
반면 요즘 많이 사용하는 내시경 수술은 간편하고, 치료 효과도 좋아서 수술에 따른 부담이 거의 없다. 정상 점막을 보존하기 위해서 콧구멍을 통해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서 병변을 제거, 부비동 입구를 넓혀줄 수 있게 돼서다. 수술 후 부비동에 고여 있던 염증성 분비물은 모두 깨끗이 배출된다. 또 환기가 잘 이루어져 곧 점막 정상화와 함께 축농증 증상이 씻은 듯 사라지게 된다.
예전 수술법의 재발률이 50%였다면 내시경 수술은 10%도 안 된다. 완치율이 90%를 웃돈다는 뜻이다. 기존 수술법이 고여서 썩은 물을 제거해 주는 것이었다면 내시경 수술은 염증을 제거하면서 콧물의 흐름도 원활해지도록 부비동의 구조를 변경해주는 방식이다. 수술 후 재발위험이 낮은 이유다.
설혹 재발한다고 해도 수술 전보다 증상이 경미해 대부분 약물투여로 금방 치료된다. 수술 후 정기적으로 경과 진찰을 받고, 감기만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 재발 위험은 더욱 낮아진다.
다만, 이 수술도 코뼈가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과 고령이나 임신 등의 사정으로 수술 후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될 때는 제한이 따른다. 물론 이때도 좀 더 안전하고 2014년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부비동 풍선 확장술(카테터술)을 쓰면 해결이 가능하긴 하다.
부비동 풍선 확장술은 좁아진 부비동 입구를 넓혀 부비동의 환기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수술법이다. 내시경으로 수술 부위를 직접 보면서 시행하는데 가느다란 관을 통해 풍선 카테터를 부비동 입구로 밀어 넣은 뒤 풍선을 팽창시켜 부비동의 입구를 넓혀 준다. 이후 필요에 따라 부비동을 더 세척한 뒤 수술을 마무리 한다.
부비동 풍선 확장술은 기존 부비동 내시경 수술과 비교할 때, 정상적인 뼈나 점막 구조를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나 통증이 적어 회복이 빠르고 콧속 패킹을 하지 않아 이로 인한 불편함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축농증에 이 풍선 확장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건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