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 간다.”“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
서로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이들 속담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부위가 있다. 바로 우리의 눈이다. 어릴 때 눈 건강, 시력관리를 제대로 않으면 죽을 때까지 제대로 못보고 살게 되기 쉽다. 눈은 만 1세부터 초등학교 때까지가 최적의 관리시기, 즉 시력보호의 골든타임이다. 굳이 선천성 백내장 등 실명위험 안질환이 아니더라도 근시와 약시 발생률이 높아 아이들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무살 전후까지 성장하는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우리 눈은 만 7~8세에 완숙한다.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과 생활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한길안센터 전안부 및 사시·소아안과클리닉 박재형 박사의 도움말로 아이들에게 흔한 안질환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박 박사는 1992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대전성모병원과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서 안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이후 인천시 부평 한길안과병원 진료과장과 부천한길안과병원 대표원장을 역임했다.
박 박사는 최근 20여 년간 전안부(前眼部) 각막굴절 이상, 소아사시 및 약시 환자들을 치료하며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았다. 백내장 수술 경험이 1만 회 이상에 달하고, 라식 등 시력교정수술 경험도 7000회가 넘는다.
-소아 사시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건가?
“두 눈의 정렬이 바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어떤 물체를 주시할 때 한쪽 눈은 시선이 그 물체를 향하고 있지만, 다른 쪽 눈은 그렇지 못한 경우다. 간혹 두 눈의 정렬이 정상적인데도 겉보기에 사시인 것처럼 보이는 ‘가성 사시’, 평상시엔 두 눈이 똑바로 정렬돼 있으나 한 눈을 가리면 숨은 사시가 나타나는 ‘잠복사시’도 있다. 사시는 단지 외관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약시와 시력저하를 유발하고 두 눈을 동시에 사용하는 입체시 기능까지 떨어트려 치료 대상이 된다. 사시가 심할 때는 그 모습만으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안과를 방문, 한 눈 가림검사 등을 해봐야만 확인이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발생 빈도는?
“사시는 태어날 때부터 생길 수도 있고 성장하면서 발생할 수도 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야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발생률은 전 인류의 약 4%다. 소아의 경우는 연구자에 따라 2~4% 정도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발현 양상에 따라 눈이 안으로 몰리는 내사시, 눈이 밖으로 나가는 외사시, 눈이 위로 올라가는 상사시, 눈이 아래로 내려가는 하사시 등으로 나뉜다. 내·외사시를 수평사시, 상·하사시를 수직사시라 칭한다.”
-수술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교정 수술은 빠를수록 좋다. 사시를 가능한 한 빨리 발견, 교정해야 하는 이유는 비뚠 눈동자 정렬도 문제이지만,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사시로 인해 떨어진 시력을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눈은 외부의 물체를 보고 그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눈이 두 개인 이유는 물체나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고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 눈을 가리고 세상을 보면 시야가 좁아짐은 물론 거리 감각이 없어져서 금방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이 눈을 각각 사용하지 않고 하나인 것처럼 사용하는 능력을 양안시 또는 입체시 기능이라고 한다. 사시가 있으면 이 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게 된다. 만일 사시가 2~5세경에 발생했다면 이후 아이의 두 눈은 각각 서로 다른 물체를 보게 되고, 전혀 다른 두 개의 상을 뇌로 전달, 완전히 다른 물체가 겹쳐 보이는 시각혼란을 느끼게 된다. 하나의 상이 동시에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복시 현상도 나타난다. 결국 아이는 시각혼란과 복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 쪽 눈으로 들어오는 상을 무시, 물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양안시 기능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차츰 사시가 된 눈조차 사용하지 않게 되고, 급기야 약시를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소아사시는 가능한 한 빨리 진단,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아 약시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약시는 어릴 때 발달해야 할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안경을 썼는데도 교정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시력표 상 두 줄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약시로 판정된다. 약시는 전체 인구의 약 2~2.5%가 겪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근시와 원시, 난시처럼 각막의 굴절 이상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고 크게 굴절 이상 약시, 굴절 부등 약시, 사시 약시, 시각차단 약시로 나뉜다. 굴절 이상 약시는 근시, 원시, 난시가 심한데 안경을 끼지 않아 항상 흐릿한 상만 보게 돼 발생하고. 굴절 부등 약시와 사시 약시는 말 그대로 양쪽 눈의 굴절 각도가 다를 때 생긴다. 말하자면 빛의 굴절이 같지 않아 한쪽 눈은 잘 보이고, 다른 쪽 눈은 심한 원시나 근시로 잘 보이지 않을 때, 잘 보이는 눈만 사용해 다른 쪽 눈은 사용하지 않아서 약시가 된다는 얘기다. 시각차단 약시는 빛이 지나가는 눈 통로에 혼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내장, 각막혼탁, 눈꺼풀 처짐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라식 수술로 교정할 수 있나?
“약시는 시력교정술로 치료가 안 된다. 또 만 12세 이후엔 콘택트렌즈나 안경으로 정상 교정시력이 안 나올 경우 수술을 해도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시는 안과 정기검진을 통해 아이의 눈 상태를 파악하고, 적기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사시나 백내장이 원인이라면 수술로 교정하고, 그 외의 경우는 개인 맞춤 안경 착용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한 눈 가림 치료와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안질환, 예방 수칙은?
“자녀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 특히 그 중에서도 안과검진은 소중한 눈과 시력 발달을 위해, 반드시 잊지 말고 챙겨주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안과검사는 시력검사다. 일단 국가가 지원하는 영유아검진을 통해 약시나 사시, 굴절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텔레비전이나 스마트기기, 컴퓨터에 너무 이른 나이부터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눈이 안 좋을 때 안경을 착용하면 시력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안경을 쓰면 사물의 상이 선명해지고 시각적으로 자극을 줘 되레 시력발달에 도움이 된다. 눈이 나쁜 아이들이 적절한 안경착용 시기를 놓치면 약시를 자초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