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료진이 분리돼 문진·진찰·검체 채취 등을 할 수 있는 ‘워크스루(COVID-19 Walk-through Screening Center)’가 화제다. 서울 관악구 소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전 세계에서 처음 시도한 ‘워크스루’ 시스템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크스루의 개발은 지난 2월 말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된 당시 상황과 연관이 깊다. 김상일 병원장은 환자와 의료진 상호감염 위험성을 낮추고 빠른 검사가 가능한 방법을 고안하다 생물안전작업대(Bio Safety Cabinet, BSC)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워크스루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워크스루에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자차 이용자에 한정되고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선별진료소보다 차가 없는 이들도 손쉽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선별진료소는 의료진 감염 위험이 적지 않았지만,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이러한 위험성이 대폭 낮아져 검사 업무를 맡는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다.
김 원장은 “지난달 초 제작 후 시험운영을 거쳐 같은 달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부스 비용도 대당 120만 원 선으로 저렴하고 4개 부스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어 빠른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은 기존 선별진료소에 평균 검사 가능한 인원이 8~10명이었지만, 워크스루 시스템 도입 이후 하루에 80명 이상의 환자를 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어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에 내원하게 되면, 우선 선별진료소 외부에 있는 태블릿에 전화번호를 등록하게 된다. 이는 환자-의료진 간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본인의 검사 차례가 되면 전산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게 되고, 다시 확진자와의 접촉·위험 지역 방문 여부와 함께 의심 증상의 확인이 이뤄지게 된다. 이 내용은 진찰과 검체 채취를 맡는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검체 채취가 이뤄지는 감염안전진료부스는 음압 장치와 UVC램프로 살균이 이뤄진다. 검사 희망자가 부스에 들어가면 의료진은 부스 바깥에 있는 인터폰으로 환자의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하게 된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차단돼 의료진의 감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의료진은 검사 대상자의 코와 목 안에 객담(가래)을 채취하면 끝이다. 환자가 부스를 나가면 즉각 소독과 환기가 실시된다.
김 원장은 “부스를 작게 만들어 소독을 꼼꼼히 할 수 있다”며 “기존 선별진료소는 비말이 어디에 튈지 예측할 수 없었고, 소독과 환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워크스루’를 도입한 후 여러 환자의 검체 채취를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워크스루 시스템 개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설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벤치마킹을 위한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구매 의사를 타진했고, 미국의 한 대학으로부터 워크스루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일본·독일·프랑스 등 해외언론도 병원을 방문해 워크스루 시스템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원장은 “부스 제작 노하우 등을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각지에서 워크스루 시스템을 차용하거나 변용한 여러 형태의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바람을 이용한 환기로 비말 오염을 방지하는 방식의 선별진료소는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잠실종합운동장, 제주도 등지에서도 운영 중이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