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년 전인 1993년 자신의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타라 리드(56)의 주장을 취재해 보도했다. 앞서 리드는 지난 9일 워싱턴 경찰 당국에 성폭력 피해를 신고했다.
리드는 92년 12월부터 93년 8월까지 바이든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했다. NYT는 리드의 주장을 바탕으로 “성폭력이 벌어진 것은 93년 봄이었다”며 “바이든의 손은 리드 신체의 모든 곳을 만졌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29세였던 리드는 상원 건물 안에서 바이든에게 운동 가방을 전해주려고 따라갔다. 바이든은 리드를 벽에 밀어붙이고 목과 머리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의 손은 옷 안으로도 들어왔다.
리드는 바이든이 “다른 곳으로 갈까”라며 성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바이든이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드는 성폭력이 벌어졌던 정확한 날짜와 시간, 장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측은 리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성폭력 주장은 거짓이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리드와 함께 바이든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직원들도 리드의 성폭행 주장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드의 몇몇 친구들은 당시 리드로부터 그 같은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리드는 다른 7명의 여성들과 함께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폭로했다. 리드는 그때 바이든이 자신의 목을 만지거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지만 성폭력 사실을 털어놓진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주장을 제기한 후 NYT 등의 취재에 응했다.
리드는 뒤늦게 사실을 폭로한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드는 지난해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폭로했을 때 “엄청난 비판과 살해 위협, 러시아 스파이라는 비난에 직면했었다”고 NYT에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4월 “앞으로는 개인의 공간 존중에 좀 더 유념하겠다”며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에 대해 사과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