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전체 사망자의 15%, 유럽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이들 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노인요양시설 사망자가 362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날까지 집계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2만3640명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노인요양시설 사망자는 열흘 전 450명과 비교해 700% 폭증했다.
AP통신이 주정부로부터 사망자 현황을 취합해 보도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노인요양시설 사망자 수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주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지 않고 숨진 이들은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며 “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100만명의 노약자 중 실제 코로나19 사망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밀집한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 집단 사망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미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뉴욕주에서는 요양시설 거주자 9만6000명 중 188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요양시설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시애틀 외곽의 라이프케어센터에서는 현재까지 43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요양시설들이 겪고 있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노인 집단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시설 거주자에게 적절한 응급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바이러스를 막을 개인보호장비도 충분히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요양시설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런던정경대(LSE) 집계를 인용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등 5개국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수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은 지난달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한 달간 사망자의 57%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아일랜드(54%) 이탈리아(45%) 프랑스(45%)가 그 뒤를 이었고 가장 낮은 벨기에조차 42%에 달했다.
조사를 주도한 아델리나 코마스 헤레라 교수는 “요양시설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장소”라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환자, 의료지식이 부족한 직원 등의 문제가 결합될 경우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