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1.6㎝ 무게 약 6g의 원형, 무궁화 형상 안에 한글 돋움체로 ‘국회’라는 글자. 국회의원 배지다. 흔히 ‘금배지’로 불리지만 99%는 은이다. 그 위에 공업용 금을 얇게 입혔다. 배지마다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고 의원 등록 순서에 따라 받게 된다. 처음 받을 때는 무료. 잃어버리거나 추가 구매를 원할 때는 3만5000원을 내야 한다. 그동안은 남성은 나사형, 여성은 옷핀형으로 구분했다. 21대 국회부터는 성별 구분 없이 모두 자석형 배지를 사용하게 된다.
국회의원 배지가 등장한 건 1950년 2대 국회부터다. 그 이후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10차례나 바뀌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배지의 기본은 무궁화 형상에 나라 국(國)자가 들어간다는 것. 무궁화 모양이 조금씩 변했고, 그 안에 들어가는 글자가 한자(國)와 한글(국)을 오갔다. 60년 5대 국회 때 처음 한글로 바뀌었는데 ‘국’을 거꾸로 보면 ‘논’자가 돼 국회가 노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6대 때는 다시 한자로 돌아갔다. 國이 或자로 오인된다는 얘기에 글자를 감싸는 무궁화 안의 동그라미가 네모로 바뀌기도 했다. 2014년 국회의원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가 한글로, ‘국’보다는 ‘국회’로 바꿀 것을 선호해 지금의 모습이 탄생했다. 93년 14대부터는 무궁화 형상 뒷면에 둥근 판을 덧대 원형이 됐다.
치열했던 선거전이 끝나고 국회의원 300명 배지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후보의 정책과 공약보다는 거대 양당의 진영 논리에 휩싸였었다. 여야 모두에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 입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뽑을 후보가 없었다. 그래도 높은 투표율이 나온 것은 한 표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리라. 많은 유권자가 최선이 없어 차선을 선택했고, 최악은 피한다는 심정으로 표를 던졌다. 21대 배지를 받게 될 당선인이 잘해서 혹은 썩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금배지 앞에서 결코 오만해져서는 안 된다. 6g짜리 배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