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기 2년 전인 2018년 초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를 몇 차례 방문한 베이징 주재 미대사관 외교관들이 미국 정부에 해당 연구소의 안전문제를 우려하는 외교전문을 두 차례 보냈다.
우한 연구소는 2015년 중국 최초로 ‘BSL-4’로 알려진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학연구 안전성 인증을 획득한 기관이었다. 방문 당시 이 연구소는 박쥐로부터 나온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주베이징 미대사관이 보낸 두 장의 외교전문을 입수했다며 이 외교전문이 우한의 연구소들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닌가 하는 미 정부 내 논의를 가열시켰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외교관들이 2018년 1월 19일 보낸 첫 전문에는 우한 연구소가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 바이러스들의 잠재적인 인간 전파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팬데믹 위험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첫 전문은 “우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과의 대화와 접촉에서 그들은 고도로 봉쇄돼야 할 새 연구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훈련된 기술자들과 조사원들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원들이 사스 같은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인간 수용체인 ‘ACE2’와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이 결과는 박쥐로부터 나온 사스와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돼 사스와 같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WP는 2015년 이전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우한 연구소에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책임자였던 시 젱리 연구팀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WP는 이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인간의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없으며 과학자들은 동물로부터 코로나19가 나왔을 것이라는 설명에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이것이 연구실에서 코로나19가 나오지 않았음을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가 우한 연구소들이 연관된 어떤 조사도 억누르고 있으며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어떤 중요한 질문에도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최근 두 달 동안 이 전문들이 미 정부 내에 유포됐으며 당국자들이 우한 연구소가 코로나19의 진원지였을 가능성과 이것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주는 함의, 중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