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트럼프 “WHO 지원 중단” 전격 발표… 유엔총장 “협력할 때”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잘못 관리했으며 확산을 은폐했다”면서 미 정부가 WHO의 코로나19 관련 활동이 적정했는지 조사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적 대응을 총괄하는 WHO의 돈줄을 끊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19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WHO로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WHO가 의료 전문가들을 중국에 보내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중국에 투명성 부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면 근원지에서 코로나19가 억제돼 매우 적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만약 그랬다면 수천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계적인 경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WHO는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자금 지원 중단 이유를 밝혔다.

미 언론은 WHO에 대한 미 정부의 조사에는 60∼90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다. 최소한 두세 달은 WHO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집행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WHO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국가다. 미국은 2019년 WHO에 4억 달러(4800억원) 이상을 지원했는데, 이는 WHO 예산의 15% 규모에 해당한다. 중국은 미국의 약 10분의 1인 4000만 달러(480억원)를 WHO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WHO 지원 중단 지시에 대해 미국 내부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유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의 보건위기가 닥친 와중에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건 위험한 소리”라며 “세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WHO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도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내고 “WHO나 다른 인도주의 기구의 바이러스 퇴치 활동에 대한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충격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 역시 “극히 유감스럽다”며 “WHO의 역할과 도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팬데믹 상황에서 나온 이런 결정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등도 “미국의 결정이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은 그가 지난 7일 “WHO가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며 자금 지원 중단을 처음으로 거론한 후 8일 만에 이뤄졌다. CNN,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제기된 코로나19 대응 논란을 방어하는 와중에 ‘WHO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결정이 책임 전가 시도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김지훈 기자 justic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