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속에 치러진 한국의 4·15 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각국 언론들은 공통된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뚫고 여당에 대승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한국의 여당은 전염병이 한창일 때 치러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코로나19는 경기 침체, 대통령 측근의 부패 스캔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한 긴장 고조 상황에서 (여당에)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 유권자들이 정권심판 대신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밀어줬다는 분석이다.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재벌 개혁,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날 오전 한국 원전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국 총선은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선거를 줄줄이 연기한 상황에서 실시돼 주목을 받았다. 주요 외신들은 전날 투표소 방역 상황을 상세히 전한 데 이어 여당이 압승한 선거 결과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CNN은 이날 “한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선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은 “1987년 한국 민주화 이후 집권당이 전체 의석 중 5분의 3을 차지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민심이 후한 점수를 줘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해외망은 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둔 사실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 결과로 한국 정부의 입법 과제인 사법 개혁이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다른 매체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투표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선거 결과 한국 의회가 양당체제로 복귀하면서 정치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신문 역시 “한국 여당의 승리에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순풍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도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와 방역 조치로 유권자들의 호감을 산 것이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향후 한·일 관계에 주목했다. 당분간 한·일 관계에 개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그간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하에 과거사 문제 등에서 대일 강경 입장을 보여온 문재인정부가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가 총선에서 쟁점은 아니었지만 일본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온 여당의 발언력이 더욱 커졌다”며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한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가 승리를 이끈 요인이 됐다”고 분석하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은 한층 멀어질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