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또 사진 특종(?)을 했다. 그는 최근 우리 공군에 인도된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가 찍힌 사진을 지난 19일 SNS에서 처음 공개했다. 공군은 지난해 12월 글로벌호크 1호기에 이어 최근 2, 3호기를 인도받았는데 해리스가 이를 확인해준 것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F-35A 2대의 한국 도착 사실을 사진으로 알렸다.
정부는 1조원 이상을 들여 글로벌호크 4대를 들여오기로 했고, 나머지 1대도 연내 도입한다. 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로 지상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32시간 연속 작전을 펼칠 수 있고 작전반경도 3000㎞에 달해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또 밤은 물론, 어떤 기상 조건에서도 정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영상정보 수집 능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도입한 기종에는 미사일 발사 신호 등을 감청할 수 있는 신호정보 수집 장비(시긴트)가 장착되지 않았다. 미국이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가 자체 신호정보 수집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미측과 비교해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글로벌호크 1대는 이미 지난해 한국에 왔지만 이를 통해 습득한 영상정보를 판독할 영상정보처리체계(표적촬영→판독→정보전송)는 아직 안 들어왔다. 상반기 중 영상체계가 들어와도 이를 설치하고 판독 훈련을 시키는 기간을 감안하면 전력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군 주변에서는 영상체계가 들어와도 결국 미군의 판독 능력이 더 뛰어나 신속히 정보를 파악하려면 미측에 정찰 정보를 준 뒤 한·미가 공동으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비록 동맹이긴 하지만 미국 좋은 일만 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해리스 대사가 사진을 제일 먼저 낚아챘듯, 돈은 우리가 대고 미국이 정보를 더 먼저 챙길 것이란 얘기다. 군 당국이 이런 우려를 감안해 글로벌호크 자체 활용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란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