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이모(53·여)씨는 지난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낸 86세 아버지를 뵙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면회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한 달여 만인 지난 13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버지는 이씨가 스마트폰으로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려줘도 눈을 깜빡이거나 손을 쥐었다 펴기만 했다.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호흡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말씀은 다 듣고 있다”고 했지만 이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사소통마저 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로 양친을 모두 잃을까 무섭고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 어머니 김모(81)씨를 코로나19로 잃었다. 어머니 역시 건강했는데 장염 증세를 호소한 뒤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고 119구급차로 옮겨지는 도중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숨졌다. 어머니는 사망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를 모셨던 막냇동생과 언니는 자가격리자가 돼 이씨 가족들만 장례식을 치렀다. 그 뒤 아버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아버지는 확진 직후부터 폐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경화증상’을 겪었다. 경화증상이 반복되면 폐 조직이 굳어져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폐섬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완치됐지만 그로 인한 폐섬유증이 생겨 인공호흡기가 아니면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씨는 “기저질환도 없던 아버지가 갑자기 쇠약해진 모습을 인정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고 말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병원비도 부담스럽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비는 전액 지원하고 있지만 완치 이후에 발생하는 의료비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버지 앞으로 청구된 병원비는 970여만원인데 병원에선 “아직 얼마가 (자부담으로 책정)될지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인데 정부 지원이 없냐”고 물었지만 “정부 방침이 그렇다”는 말만 돌아왔다.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늘어나면서 폐섬유증 등 후유증과 싸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씨의 경우처럼 현장에서는 일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 등에 따른 중환자실 입원이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관련된 지침이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폐섬유증과 같은 증상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라고 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완치 판정 이후에 중환자실에 있어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완치 판정 이후 병원비 산정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중앙사고대책수습본부는 “확진자 대부분은 경증으로 완전히 치유되지만 후유증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