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한 교회 권사가 운영하는 유명한 칼국숫집이 있다. 얼큰한 ‘짬뽕 수제비’로 유명한 ‘이천성 모메존 칼국수’이다. 지난 21일 내비게이션을 찍고 찾아갔는데 가게가 작아 차를 세우고 내려서 찾아야 했다. 주방을 포함해 39㎡(12평) 정도, 4인 테이블이 8개 있었다.
식당은 2011년 KBS2TV 생생정보통을 시작으로 KBS2TV 굿모닝대한민국(2012년, 2013년), SBS 생방송투데이(2014년), 2TV아침(2015년), 2TV생생정보(2017년), MBC 생방송오늘저녁(2018년) 등 공중파에 해마다 소개됐다. 또 네이버 블로그, 카페에 500여개의 맛집 소개 글이 나온다. 모두 손님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천성 모메존 칼국수 최혜경(67·여) 대표는 “많을 땐 하루에 200그릇, 요즘도 160~170그릇이 팔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동네 사람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전국구”라고 했다. 주일에도 지방에서 손님이 올라오기 때문에 주일 성수하기가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부천 길과빛교회(배철 목사) 권사다. 최 대표는 “지금은 대박이 났지만 그간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하나님을 만났으니 그게 가장 큰 대박”이라고 고백했다.
최 대표는 밥장사를 오래했다. 30대 때부터 한식집, 해물탕집 등을 했다. 엄마 손맛을 물려받아 늘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장사는 안 됐다. 이 가게는 속아서 임대해 들어왔다. 기사 식당으로 잘 된다고 했지만 거의 망한 가게였다. 다시 임대를 내놨는데 안 나가서 손해를 보며 버텼다.
“본래 밥장사가 한계가 있어요. 5명이 와도 2인분만 시켜요. 공깃밥만 추가하죠. 팔기는 많이 파는 것 같은데 남는 게 없어요.”
칼국수를 판 것은 동생 아이디어였다. 친정인 충남 조치원에 유명한 칼국숫집이 있다며 한번 먹어보고 바꾸라고 했다. 예약까지 해서 먹어봤지만 별맛은 없었다. 그 정도면 나도 하겠다 싶어서 칼국숫집으로 바꿨다. 하지만 또 한계에 부닥쳤다. 칼국숫집이 워낙 많았다. 해물 수제비도 팔았다. 장사는 여전히 안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짬뽕을 만났다”고 했다. 짬뽕은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거의 매일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 소주를 마셨다. 재료를 보니까 가게에 다 있는 것이었다. 짬뽕 수제비를 만들어 내놨더니 남편이 깜짝 놀랐다. 너무 맛있다고 했다. “내가 먹어봐도 맛있었어요. 옆집에 가져다 줬더니 팔려고 만든 거냐면서 당장 팔라고 했어요. 다음날 메뉴판에 붙여 내놨어요.”
한 그릇 한 그릇 나가는가 싶더니 금세 입소문이 났다. 어느 날 중앙 일간지에서 전화가 왔다. “제보가 들어왔다는 거예요. 며칠 후엔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2004년 8월 29일 첫 방송이 나갔어요. 날짜가 잊히지도 않아요. 그날부터 대박이 났어요.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는 데 수화기를 내려놓고 장사를 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신앙생활은 1990년 새해 첫 주부터 교회를 다녔다. 평소 ‘내주를 가까이’라는 찬송가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식당 옆에 교회가 있어서 자주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도 아닌 처음 가는 미용실에서 원장이 교회에 가자고 했고 선뜻 “네”라고 답했다. 그 주부터 교회를 다녔다.
남편은 반대했다. 교회 가는 것을 막고 힘들게 했다. “종업원 앞에서 욕도 했어요. 안 살려고 했어요. 교회 가서 설교를 듣다 보면 그건 아니지 싶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악이 받쳐서 ‘네가 죽으면 뼛가루를 시궁창에 넣는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특별한 체험을 했다. 입원한 남편을 간호하느라 가게와 병원을 왔다갔다 하면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잘 때였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 방안에서 대성통곡하며 기도를 했어요. 한참을 기도한 것 같은데 갑자기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싹 사라지는 거예요. 남편이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가게를 내놓은 지 7년 만에 계약했지만 이것이 파기된 것도 하나님이 개입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오는 주인이 분식집을 하겠다며 계약금을 걸었어요. 그런데 며칠 후 옆집에서 분식집 간판을 건 거예요. 그러니 안 들어온대요. 그렇게 가게가 안 나가 눌러앉았는데 그해에 대박이 난 거예요. 어머, 이러려고 계약 파기를 하게 하셨구나 싶더라고요.”
최 대표는 장사하다 보면 자금이 부족해 피가 마를 때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해결해 주셨다며 가끔 걱정하며 동동거리긴 하지만 항상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