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6·25전쟁 70주년 기념일이었다. 북한은 이날을 국가 명절 ‘전승절’로 기리고 있으나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눈 전쟁범죄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군은 기습 남침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이후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다. 당시 단 한 대의 전차도 갖고 있지 못했던 국군은 소련제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임진왜란 초기 전황도 6·25 때와 비슷했다. 조선군은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에게 패전을 거듭해, 난 발발 18일 만에 한양도성을 빼앗기는 굴욕을 당했다. 6·25와 임진왜란 발발 당시 국군, 조선군이 전차와 조총으로 무장했다면 전쟁 초기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게다. 왜군의 조총, 북한군의 전차처럼 어느 일방이 상대에겐 없는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릅쓰면서까지 핵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도 남한에 비해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핵전력으로 만회하려는 데 있다.
탈북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던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비무장지대에 설치했던 확성기를 철거하는가 하면, 곧 날려 보낼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던 대남삐라도 당분간 보내지 않을 듯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대남삐라나 확성기 방송의 낮은 가성비도 그 이유 중 하나 아닐까 싶다. 북한 입장에선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대북전단이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반국가 행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북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삐라를 보낸다고 해서 남측에서 북한처럼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이미 남한 깊숙한 종심엔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거 하나만 딱 남았다”는 등의 저주를 퍼붓는 전광훈 목사 같은 이가 없지 않은데 북의 삐라가 무슨 파괴력이 있겠나. 북한이 매체를 통해 공개한 대남삐라 내용을 보면 전 목사 막말에 비하면 오히려 점잖은 편이다. 체제 비판의 자유, 북한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우리의 비대칭 전력이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