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햄버거병



최근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증세 발병자 가운데 원생 15명이 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여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이 중 4명은 상태가 위중해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은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 질환으로 정식 명칭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이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의 일종으로 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체내에 쌓이면서 발생하게 된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이 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햄버거병이란 명칭이 붙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HUS는 햄버거 패티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고기를 잘 익히지 않고 먹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또는 오염된 채소 등을 섭취하면 걸릴 수 있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와 75세 이상 노인에게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HUS에 걸리면 몸이 붓거나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며 경련이나 혼수 등의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병 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크게 망가져 투석 치료를 할 수밖에 없으며 용혈성빈혈,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사망률은 발생 환자의 5~10%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16년 9월 당시 4세 여아가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HUS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햄버거병에 대한 철저한 원인 파악과 함께 급식시설이 있는 전국의 유치원,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수점검을 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교육부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HUS 집단 발병까지 나타나자 이래저래 국민 불안감만 더 커지고 있다.

오종석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