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공연 내내 웃는 관객들 행복감 느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는 코미디언 겸 배우 임하룡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어떤 캐릭터에도 희극은 담겨있잖아요”. 데뷔 42년 차 개그맨 겸 배우 임하룡은 ‘웃음’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다. 세상 모든 일에는 희노애락이 담겨있는데 그 안에서 웃음을 찾는 여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희’와 ‘락’만은 책임질 각오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에 오른다.

임하룡은 최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배우들 모두 한 마음으로 개막을 염원했다”며 “1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니 신인이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임하룡은 코미디계의 4대천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KBS의 ‘유머 일번지’ 대표 코너 ‘추억의 책가방’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배우로 전향해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영화와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한때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로 이름을 날렸던 줄리안 마쉬는 불황에 빠진 공연계에서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으로 재기를 꿈꾼다. 임하룡이 맡은 애브너 딜런은 돈이 아주 많은 갑부다. 한물 간 여배우 도로시 브록을 짝사랑하는데, 그의 환심을 얻으려 이 공연에 거액을 투자한다.

임하룡은 “후배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연구했고, 관객이 어느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내 유행어를 적절히 섞으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도 내고, 허풍 떠는 악동 이미지를 추가해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 도중 그의 유행어 “아! 쑥스럽구먼” 같은 대사가 나오면 관객은 웃음을 터트렸다. 대본에는 없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트인 ‘다이아몬드 스텝’을 활용한 안무도 즉석에서 선보이기도 하고, “잠깐”이라고만 적힌 대사를 “저스트 모먼트~”로 바꾸기도 한다. 여기에 특유의 능청맞은 연기 톤이 더해지니 관객은 환호했다.

임하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울한 사회와 관객에 이번 공연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연 내내 관객들이 웃고 있었다.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행복해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며 “세대에 따라 공연을 보고 느끼는 점이 다를 것 같다. 10대부터 70대까지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개막과 흥행이 관객뿐 아니라 다른 공연에도 희망이 되길 바랐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많은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라 뭉클한 연대감이 들어요. 경쟁심이 안 생기더라고요.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예요. ‘모든 공연이 잘 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임하룡의 뮤지컬 도전은 2003년 뮤지컬 ‘풀 몬티’에 이어 두 번째다. ‘풀 몬티’ 출연 당시 노래에 대한 부담이 커서 그 후엔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뮤지컬을 향한 갈망이 점점 커져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뮤지컬은 명쾌하지 않나”라며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다. 노래와 연기와 춤을 모든 걸 총동원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겁이 났는데 지금은 자신감도 붙었고 노련함도 생겼다”며 “여전히 노래를 유창하게 잘 부르지는 않지만 나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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