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독특함은 타고난 것이라고 해야 하나. 자동차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캘리포니아주 팰로 알토에서 시작됐다는 것부터 ‘남다른’ 운명을 예고한 것 같다. 팰로 알토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소재지일 뿐 아니라 휴렛팩커드(HP) PARC 스카이프 등 유명 첨단기술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2003년 7월 엔지니어 출신인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창립했지만, 오늘의 테슬라를 만든 건 이듬해 투자자로 참여해 최대 주주가 된 일론 머스크(49)다. 머스크는 고가 차종인 모델S와 모델X로 부유층 고객을 우선 공략한 뒤 시장이 성숙하면 저가 차량을 양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생산 면에서도 차 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수직통합 모델을 도입했다. 충전 인프라와 차 부품·소재 생산 모두를 테슬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을 다른 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엔진 생산과 조립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테슬라는 친환경적이지만 작고 느리며, 주행거리가 짧다는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차례차례 깼다. 차를 운전해 보지 않은 소비자도 테슬라 차량의 빼어난 외관에 열광했다. 머스크는 ‘세련된 외형에 최고의 성능과 편안함까지 갖춘 전기차’라는 꿈을 실현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1119.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2072억 달러(약 248조400억원)로 도요타(2023억 달러)를 제치고 자동차 업체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연간 생산량이나 자산에서는 여전히 뒤지지만, 시장가치로는 세계 1위 차 업체가 된 것이다. 2010년 상장 이후 10년 만이다.
올해 생산 대수가 50만대에 불과하고 겨우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테슬라 주가의 거침없는 상승에 상당수 분석가가 당혹해한다. 하지만 주가는 현재 기업 가치뿐 아니라 미래의 기대 수익을 크게 반영한다고 보면, 그만큼 전기차 시장의 전망과 테슬라의 경쟁력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