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햇옥수수



벌써 햇옥수수가 시장에 나왔다. 냉동옥수수는 껍질을 까서 팔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싱싱한 옥수수를 사 껍질째 냄비에 쪄낸다. 노란 알맹이를 까 입에 넣으면 톡톡 터지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살아난다. 씹을 때마다 느끼는 쫄깃한 탄력이 식감을 더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량한 찰옥수수. 요즘 농산물은 맛이 좋다. 그만큼 품종이 개량되었고 농부들의 재배기술도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80년대만 해도 수박을 사려면 껍질에 칼을 깊이 찔러 넣어 삼각형으로 속살을 뽑아내 빛깔과 맛을 본 후에 사곤 했다. 수박은 겉으로는 속이 잘 익었는지 아닌지 모른다. 익숙한 사람은 두드려보고도 잘 익은 수박을 곧잘 가려낸다. 그러나 일반인이 그런 재주가 있을 턱이 없다. 그래서 속살을 조금 도려내 붉은색을 보고 사야 했다.

지금은 우리 농업도 과학 시대에 접어들었다. 청정시설에서 재배하여 맛과 품질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시장에서 어떤 농산물, 무슨 과일을 사도 맛이 좋다. 농산물도 이제는 생산자 정보를 표기하고 있다.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은 당도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자신 있게 소비자에게 권할 수 있다는 농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읽을 수 있다. 믿을 수 있다. 한 알의 사과, 감자 한 개에도 재배에서 포장까지 챙기는 그 마음들이 모여 사회를 믿음으로 이끌고 국가의 신용도를 높이는 일이 아닌가.

몽골을 여행한 일이 있다. 넓은 초원이 있지만 연간 강우량이 300㎜밖에 되지 않는 땅이라 농사가 어렵다. 그래서 목축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로수를 가꾸는데도 수돗물을 사용한다. 얼마나 물이 절박한 땅인가. 우리 땅은 연간 강우량이 1200㎜가 넘는다. 어떤 나무나 꽃, 무슨 작물이든 다양하게 키울 수 있는 풍요로운 땅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땅의 혜택과 흙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먹을 때마다 좋은 먹거리를 준 농부들이 고맙고 풍요로운 이 땅에 감사하고 싶은 찰옥수수. 영양이 담뿍 담긴 계절의 맛.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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