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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꿈틀이’ 대권 주자



1995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6월 19일 자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를 하면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세대 교체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15대 대통령 선거를 2년 반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 인물이 누구인지를 놓고 관측이 무성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것은 이인제 경기도지사였다. 그는 재선 의원으로, 김영삼정부 출범 직후 45세의 최연소 노동부 장관에 임명됐고 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여권 내부에는 ‘9룡’이라 불리는 대선후보군이 포진해 있었지만 이 지사가 단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대선 결과는 달랐다. 김영삼 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97년 7월 치러진 여당의 대선 경선에서는 이회창 전 대표가 선출됐다. 2위로 선전했던 이 지사는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다음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나섰지만 3위에 머물렀다. 최종 승자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였다.

최근엔 ‘꿈틀거리는 대권 주자’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대권과 관련해 “밖에서 꿈틀꿈틀거리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고 밝힌 뒤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소년가장에 상고 출신으로 경제 수장에 올랐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석열 검찰총장, 홍정욱 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당사자들은 부인하는 분위기다.

25년 전 ‘깜짝 놀랄 만한 젊은 후보’ 발언은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 세대교체 론을 밝힌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중 후보가 정계에 복귀하고 김종필 전 총리도 영향력을 키워가는 데 대한 견제의 취지가 강했다는 것이다. ‘꿈틀이’론도 이렇다 할 유력 주자가 떠오르지 않는 침체된 보수 야권의 상황 속에서 당 안팎의 분발을 촉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집약시켜보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현직 공직자는 아니다” “호남 출신은 아니다”면서 연신 연기를 피우고 있으니, 실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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