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명품 브랜드 구찌의 조직혁신안을 본떠 그림자위원회(shadow committee)를 구성해 가동 중이라고 한다. 20대와 30대 청년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레드팀과 장점을 부각하는 블루팀을 각각 만들어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2015년에 구찌는 급변하는 패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사내 밀레니얼 세대(1980~90년대생)로 그림자위원회를 발족했다. 새내기 직원들이지만 핵심 경영 현안에 대해 조언하거나 대안을 내놓는 역할이 맡겨졌다. 이들은 특히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회사가 발 빠르게 디지털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덕분에 젊은층 고객도 많아졌다. 그 결과 구찌는 2018년에 그림자위원회 발족 이전보다 매출이 136%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라이벌 브랜드 프라다는 오히려 매출이 11.5% 감소했다.
다른 기업들에서도 그림자위원회를 통한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스 호텔체인 아코르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시장을 잠식하자 청년 직원들로 위원회를 꾸렸고, 이들의 조언대로 호텔을 도심 속 젊은이들의 안식처로 변신시켜 매출을 끌어올렸다. 핀란드의 제지업체 스토라 엔소는 인사와 관련해 파격적인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통상 회사에 중요한 미션이 생기면 그 분야 최고 인재들로 팀을 꾸려 문제를 해결하기 마련인데, 이 회사의 그림자위원회는 반대로 해당 분야와 관련 없고 또 그동안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직원들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다. 그랬더니 기존 인재들은 선입견 때문에 시도도 하지 못했을 법한 창의적 돌파구가 마련됐고, 숨은 인재를 찾아내는 계기도 됐다고 한다.
변화에 뒤처져 꼰대당으로 불려온 통합당이 늦게나마 그림자위원회를 꾸려 당을 쇄신해 보겠다니 박수를 보낸다.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당에도 자극이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그림자위원회를 잘 활용하면 보다 나은 조직 또는 사회로 바뀌어지지 않을까.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