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미션’… 세상 심금 울린 영화음악의 전설

영화 ‘시네마 천국’ 등 500여편에서 영화음악을 작곡한 ‘영화음악계의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모리코네가 지난해 1월 2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콘서트를 지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소년 토토와 마을 광장 허름한 ‘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였던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1988). 개봉 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영화가 전하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깊이를 더하는 건 잔잔한 시퀀스 여백을 메우는 먹먹한 사운드트랙이다. 영화를 보지 못한 팬들 사이에서도 엔니오 모리코네와 그 아들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작곡한 ‘Love Theme’ ‘Cinema Paradiso’ 등 수많은 명곡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사랑받고 있다.

‘시네마 천국’을 비롯해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들며 ‘세계 영화음악계의 전설’로 자리매김한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 아내 마리아 등 가족들의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은 “최근 낙상으로 인해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모리코네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새벽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또 “모리코네의 장례식은 생전 그의 존재처럼 겸손하고 개인적인 형태로 열릴 것”이라며 “모리코네는 마지막까지 명석함과 위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모리코네는 젊은 시절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트럼펫을 전공했다. 이후 작곡과에 재입학한 그는 졸업 후인 1955년부터 영화음악 작곡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1959년에는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존 케이지를 만나 사사했다. 베네치아 라페니체극장에서 협주곡을 지휘하던 모리코네가 영화와 드라마 작곡에까지 발을 넓힌 건 1961년부터다. 모리코네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영화 등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모리코네는 같은 이탈리아 출신이자 1960~1970년대 스파게티 웨스턴의 유행을 선도했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64년 레오네 감독이 연출한 ‘황야의 무법자’는 그의 음악적 기량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였다. 그는 이후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석양의 갱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등 유수의 작품들에서 영화음악을 담당했다.

55년간 500여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모리코네가 남긴 발자취는 곧 세계 영화음악계의 역사로도 평가받는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천국의 나날들’(1978)로 첫 음악상 후보에 오른 뒤 ‘미션’(1986) ‘언터처블’(1987)’ ‘시’(1991) ‘말레나’(2000) 등으로 꾸준히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2016년 모리코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으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앞선 2007년에는 미국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2008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꾸준히 쌓아왔다. 2007년 10월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80여명의 합창단이 함께하는 공연을 시작으로 2011년 5월에도 한국을 찾아 자신의 대표곡들을 한국 팬들에게 선보였다. 2010년에는 LG전자 휴대전화 제품의 벨소리를 작곡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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