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68) 일본 도쿄도지사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야심가’라는 평을 듣는 고이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6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도쿄도지사 선거 개표 결과 현직인 고이케 지사가 59%를 득표해 승리했다. 역대 최다인 22명의 후보가 이번 도쿄지사 선거에 난립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매일같이 코로나19 대응 TV 기자회견에 나섰던 고이케 지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TV도쿄 앵커로 활동하다가 40세에 정계에 진출한 고이케 지사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 문화가 강한 일본 정치권에서 ‘유리 천장’을 깨뜨려온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참의원과 중의원 8선을 지냈고 내각에서도 방위상·환경상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 ‘정치적 목적이라면 무엇이든 할 사람’이라는 비판도 있다. 고이케는 일본신당·신진당·자유당·신보수당을 거쳐 2003년 자민당에 입당했지만 2016년 탈당해 무소속으로 도쿄지사에 당선됐다. 이듬해에는 우익신당 ‘희망의 당’을 꾸려 아베 체제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고이케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자체 후보를 내지 않고 그를 후원하면서 사실상 여권 후보로 분류됐다. 하지만 고이케의 전력 탓에 자민당 내에서는 그를 향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당 간부급 인사는 아사히신문에 “고이케는 이대로 얌전히 도지사직으로 들어갈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직 내각 관계자도 “향후 정세가 유동적 국면에 들어서면 또 신당 창당 등을 거론하며 중앙정치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은 30%대(39%)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 측근 비리 등으로 아베 총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고이케 지사가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나카 나오토 가쿠슈인대 교수는 “고이케는 야심가다. 그는 총리가 되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여권 후보 압승, 야권 참패’로 정리된 이번 도쿄지사 선거 결과를 보고 중의원 조기 해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리멸렬한 야권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총선거를 치러 흔들리는 정권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