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전쟁 때 납북돼 강제노역했던 국군포로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국군포로에 대해 북한과 김일성 일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국군포로 출신 한모씨와 노모씨가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각각 21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 판사가 “원고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취지”라고 밝히자 방청석에서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씨 등을 소송지원한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측은 재판이 끝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령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이 우리 국민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대한민국 법정에서 직접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연 이정표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한씨 등은 6·25전쟁 당시 납북돼 포로로 잡혀간 뒤 불법 강제노역을 당했다며 2016년 10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북한 측의 소송 참여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답보 상태였던 소송은 지난해 3월 한씨 측 소송대리인의 공시송달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물꼬가 트였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재판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소송 내용을 게재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김 판사는 북한을 국가가 아닌 민법상 비법인 사단으로 판단해 위자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북한과 김일성 일가가 연대해 한씨 등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총액은 6억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불법행위에 따른 채무를 김 위원장이 상속한 것으로 보고 상속분에 따라 한씨와 노씨에게 각각 2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씨 측은 이번 승소판결을 근거로 다른 송환 국군포로 78명에 대한 위자료 지급 청구와 함께 법원에 공탁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조선중앙TV 저작권료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