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 깜짝 이벤트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살아났지만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사전 녹화한 그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추가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 “나는 그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 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언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거의 4년 동안 전쟁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훌륭한 일을 했지만 그에 합당한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북 협상을 통해 전쟁을 막았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관련 치적을 내세울 때마다 하는 얘기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알다시피 운반수단 등이 없다”면서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토론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는 오는 12일 방영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 가운데 북한 관련 부분만 발췌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이 북·미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북한은 최근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당선자와 대화를 다시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톱다운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지막 담판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관계 개선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개편한 점도 대화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재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추락한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대형 이벤트로 북한을 이용하고 싶어할 수 있다. 다만 대선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아보자는 차원의 립서비스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