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수술할 때 정확도 높여야
반자동 시스템 마코 로봇 수술법
서울대병원·힘찬병원 등이 활용
2년 전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신정자(65·충남 홍성)씨는 최근 왼쪽 무릎도 관절염 말기에 해당돼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연골이 다 닳아 오래 앉아 있으면 일어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고민 끝에 서울의 한 관절병원을 찾아 ‘마코 로봇’ 수술을 받았다. 로봇 수술은 정확도가 높아 출혈과 통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실제 왼쪽 무릎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오른쪽 무릎보다 덜 아프고 회복도 빨라 만족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높아져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노년기 삶의 질을 누리려면 무릎 등의 관절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고 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수는 7만7579명으로 2015년(5만6390명)보다 37.6% 증가했다.
무릎 관절염은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1기는 무릎 연골(뼈 사이 완충 기능) 손상이 가벼워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평소보다 오래 걷고 난 뒤 무릎이 뻐근하고 쉬면 금방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2기는 연골이 닳고 부서져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며 부서진 작은 연골 조각이 무릎 관절 공간 내에 떠다니며 신경을 자극한다. 이때는 무릎이 아픈 빈도와 정도가 늘어난다.
3기에 접어들면 연골이 더 많이 닳아 없어져 염증이 심해지며 연골 아래 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란다. 뼈 끝이 뾰족하게 변하고 관절 주변 인대와 근육을 찔러 상처를 내기도 한다.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고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극심하다. 말기로 불리는 4기는 연골이 다 닳아 뼈와 뼈가 맞닿고 염증이 심하다. 움직일 때는 물론 가만히 있어도 쑤시고 아프며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이 때는 손상된 관절을 다듬은 후 특수재질의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인공관절은 재수술이 까다로운 만큼 처음 수술할 때 오차를 최대한 줄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의료기술 발달로 지금도 수술 후 결과나 만족도가 높지만 로봇 시스템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주면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인공관절을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 마코 로봇(스트라이커사)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26개국에서 30만건 이상 수술이 이뤄졌다. 150건 넘는 학술논문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과 힘찬병원, 세란병원, 단디병원 등이 도입해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마코 로봇의 최대 장점은 ‘반자동(Semi-Automatic)시스템’이란 점이다. 로봇 수술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집도의의 풍부한 경험이 수술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돼 로봇과 의사의 협업이 발휘된다. 수술 전 정해진 계획대로만 수행하는 완전 자동로봇의 경우 사전에 세운 수술계획이 실제 환부(관절염 부위) 상태와 맞지 않을 경우 수술 중 계획을 변경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수술 계획을 세웠어도 실제 수술에 들어가 보면 CT영상을 통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근육 힘줄 신경 등 조직 상태에 따라 수정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마코 로봇은 수술 중이라도 의사의 판단으로 실시간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차를 최소화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단, 계획 수정 과정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순 있다. ‘햅틱(Haptic) 기술’ 역시 마코 로봇만의 차별화된 기능이다. 손상된 뼈를 깎아낼 때 절삭 범위에 가상의 가이드라인인 ‘햅틱 존(zone)’을 만들어 그 안에서만 뼈가 깎이도록 한다.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제지해 멈춘다. 이 기능을 통해 필요한 부위만 정확하게 깎아내고 주변의 정상 조직 손상은 막아 출혈을 줄이고 수술 후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영국 런던대병원과 프린세스그레이스병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마코 로봇 수술은 일반 인공관절 수술에 비해 무릎관절 위·아래뼈(허벅지 및 정강이뼈) 모두 정교한 절삭이 이뤄지며 주변 조직 손상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인공관절 수술 환자의 약 94%가 60대 이상이었다. 대부분 노년층에서 진행되는 수술인 만큼 수혈 시 회복시간이 더 걸리는 건 부담이다. 마코 로봇은 수술 중 출혈을 최소화하고 환자에 따라 무수혈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일반 인공관절의 경우 수술 시 다리 축을 맞추기 위해 허벅지뼈에 30~50㎝ 정도 길게 구멍을 내서 기구를 고정시킨 후 절삭이 진행되는 반면, 마코 로봇은 이런 과정없이 프로그램으로 하지 정렬과 인대 균형을 정확하게 계산해 3D 입체화면으로 보면서 맞추기 때문에 출혈이 적은 요인으로 꼽힌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장은 “인공관절은 수술로 끝이 아니라 수술 후 재활과 관리가 중요한 만큼 무릎에 무리가 갈 정도로 일을 많이 하거나 일상에서 무릎에 안 좋은 자세를 계속 취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은 건강보험(본인부담 20%)이 적용되지만 로봇 수술은 아직 비급여다. 마코 로봇 수술의 경우 150만~2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