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美 IT 공룡들, 삼성·LG 거론하며 “우린 독점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윗줄 오른쪽)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윗줄 가운데),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아랫줄 왼쪽),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아랫줄 오른쪽)가 29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미국 IT 기업 ‘빅4’가 의회 청문회에 동시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IT) ‘빅4’ 기업인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들이 29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한꺼번에 미 의회 청문회에 소환됐다. 반독점소위원회가 이들 기업의 독점 문제 조사를 시작한 지 13개월 만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 온라인 청문회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전원 출석했다. 베이조스의 의회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문회는 6시간 동안 이어졌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빅4 기업들의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반독점소위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아마존은 전체 온라인 시장 매출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들에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받아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페이스북의 경우 내부 이메일에서는 과거 인스타그램을 ‘잠재적이고 파괴적인 경쟁자’로 묘사하며 인수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민주당 소속 데이비드 시실린 반독점소위 위원장은 “이미 거인이었던 IT 빅4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커졌다”며 “간단히 말해 이들은 온라인 경제의 황제들이다. 너무 많은 힘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중소·신생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해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4 CEO들은 이 같은 지적에 “독점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쿡 애플 CEO는 “우리는 어떤 시장이나 어떤 제품 범주에서도 지배적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거론했다. 이들과 국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애플 메신저인 아이메시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중국의 틱톡, 구글의 유튜브 등과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아마존이 월마트와 코스트코, 타깃 등과 온라인 소매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의원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라고 했고, 피차이는 “구글의 기술로 20년 전에 없었던 사업이 미국에서 가능해졌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청문회 서면 증언에서 17세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와 쿠바 출신 양아버지 등 어려웠던 유년시절을 거론하기도 했다. 자신이 빈털터리에서 세계 최고 부호가 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 인물임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빅4는 시장 독점 지적을 ‘아메리칸 드림’으로 막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CEO들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빅4 기업들이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 법무부는 이들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물거나 여러 기업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등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점도 악재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의회가 거대 기업에 관한 공정함을 이번에도 가져오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행정명령으로 그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