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상반기 성적표가 나왔다. 1~3위에 한국, 중국, 일본의 선두 업체가 포진해 있다. 이들은 ‘테슬라’와 파트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뒤쫓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 1위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10.4%에서 올해 상반기 24.6%로 성장했다. 2, 3위는 중국의 CATL(23.5%), 일본의 파나소닉(20.4%)이었다. 3강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68.5%에 달한다.
배터리 시장 3강의 특징은 테슬라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2009년 테슬라와 처음으로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독점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모델3, 모델Y 등 테슬라에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LG화학이 지난해 8월 테슬라의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하며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독점 관계를 깨뜨렸다. LG화학은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배터리의 전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일부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CATL은 아예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개발 파트너로 자리했다. 테슬라와 CATL은 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달 출시되는 모델3에 CATL과 테슬라가 공동 개발한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삼성SDI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3.4%에서 올해 6.0%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8%에서 올해 3.9%로 배 이상 점유율을 높이며 6위에 안착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현대·기아차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SNE리서치가 조사한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 누적 순위에서 2만6500대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3계단 올라선 6위(점유율 3.7%)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2만4600대(3.5%)로 7계단 끌어올린 7위에 자리했다. 두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7.2%로 테슬라(17.7%·12만5800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신차 출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선 테슬라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현대·기아차와 파트너 관계를 지속하는 게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민지 박구인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