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불꽃이 튀긴다. 한국·태국·일본을 오가며 펼쳐지는 쉴 틈 없는 맨몸 액션을 따라가면 어느새 피를 두른 채 헐떡이는 두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카메라 하나로 인물들의 액션을 끝까지 추적한 원테이크신들은 그동안 한국 액션물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강렬한 타격감을 전한다.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이라는 슬로건에 딱 어울린다.
3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홍원찬 감독은 “활극처럼 현란한 액션보다는 실제에 근접한 액션을 통해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며 “이를 위해 카메라 프레임을 고속으로 촬영하고 배우들은 반대로 액션에 슬로우를 걸어 촬영했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순제작비만 138억원을 들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에 이어 여름 성수기 대작 레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청부살인을 끝낸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은 자신과 관계된 납치사건이 태국에서 벌어져 그곳으로 떠난다. 이때 무자비한 킬러 레이(이정재)가 인남에게 자신의 형제가 암살된 것을 알게 되면서 광란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장르적 쾌감에 충실하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레이가 필사적으로 인남을 쫓는 이유 등 인물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감독은 “캐릭터의 미스터리함이 우리 영화의 이미지를 더 오래 각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눈빛만으로도 스크린을 압도하는 황정민 이정재의 호흡도 백미다. 한국 누아르물에 획을 그은 영화 ‘신세계’(2013)에서 ‘피보다 진한 의리’를 나눴던 두 배우는 7년 만에 재회한 이 작품에서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눈다. ‘신세계’와 겹쳐 보일 법도 하지만 전혀 딴판이다.
홍 감독은 “‘신세계’와 전혀 다른 영화라고는 생각했지만, 실제 촬영하면서 두 배우에게 감탄했다.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는 연륜에 좋은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레이의 경우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이정재가 직접 목을 뒤덮은 문신과 화려한 스타일링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기대를 모은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심리 스릴러 영화 ‘오피스’로 호평받았던 홍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어서다. 데뷔작으로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저력을 보여준 홍 감독은 단 두 작품 만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게 됐다.
홍 감독은 “예산은 다소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일본이나 태국의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한 세트에서 3분의 2 이상을 촬영했던 전작 때가 편했다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전작이 심리 서스펜스였다면 이번에는 경주하듯 일직선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이야기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연출을 전공했으나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주목받은 홍 감독은 ‘추격자’(2008) ‘작전’(2009) ‘황해’(2010) 등 다수 작품의 각색을 맡으며 서스펜스에 대한 감각을 다졌다.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도 액션과 스릴러를 버무린 사극이다. 심리 스릴러에서 하드보일드 액션, 그리고 사극 액션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시도가 엿보인다는 말에 홍 감독은 “외피는 달라도 ‘코어’는 비슷하다”고 답했다.
“지금 만들고픈 영화들은 모두 ‘현실감’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추격전이든, 인물들의 심리전이든 과하지 않아서 더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