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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초엘리트



“이제 능력에 의해 사람들의 계급이 나뉘었고, 계급 간 격차는 불가피하게 벌어졌다. 상층 계급은 더이상 반성이나 자기비판으로 약해지는 일이 없었다.”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1915~2002)이 2034년의 영국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한 소설 ‘능력주의’에 나오는 대목이다. 상층 계급 엘리트들의 오만함은 결국 그들의 몰락을 가져올 정치적 반발을 촉발시킨다. 이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내 소외 계층이던 백인 블루칼라의 지지를 얻어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 “나는 못 배운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은 책을 펴낸 1958년에 이미 수십년 후를 정확히 내다본 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도 신간 ‘능력의 압제’에서 능력주의에 경도된 세태가 어떻게 사회의 결속과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지를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복 브랜드 이름으로 쓰일 정도로 긍정적인 의미였던 ‘엘리트’는 점점 부정적인 인상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조국 백서’ 필진인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초엘리트”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은 그냥 엘리트도 아닌 ‘초엘리트’여서 일반 서민은 갖지 못한 특혜가 있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조 전 장관을 옹호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반감을 키운 듯하다. 요즘 아들 관련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초엘리트’로 함께 묶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1일 파업의 정당성 홍보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전교 1등’ 게시물도 엘리트의 부정적인 의미를 강화시켰다.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는데 추천제로 들어온 공공의대 의사’ 중 누구를 고르겠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의 엘리트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게시물에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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