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홧김에 공을 멀리 쳤다가 선심을 맞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 2000달러)에서 실격패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조코비치는 사과했지만 탈락을 돌이킬 순 없었다.
조코비치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7일째 남자 단식 4회전(16강)에서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27위·스페인)와 맞대결을 펼쳤다.
조코비치는 1세트 게임 스코어 5-4 상황에서 맞은 상대 서브 게임에서 40-0의 세트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연속 5번 포인트를 내줘 5-5 타이가 된 뒤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에서도 패해 5-6으로 역전당했다.
조코비치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흥분했는지 라켓으로 공을 쳐 경기장 뒤쪽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 공이 선심의 목 부위를 가격했다. 선심은 공을 맞은 직후 쓰러졌고, 경기는 중단됐다.
테니스에서 공으로 심판 등 경기진행요원을 맞추는 행위는 실격 대상이다. 미국 ESPN에 따르면 데니스 샤포발로프(17위·캐나다)와 팀 헨먼(은퇴·영국)이 같은 이유로 실격당한 바 있다.
조코비치는 경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런 상황이 발생해 정말 슬프고 공허하다. 선심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을 때 그가 괜찮다고 해 다행이라 생각했다”며 “의도치 않았지만 정말 잘못된 일이었다. US오픈 대회, 내 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조코비치는 16강에 오르면서 받은 모든 상금을 벌금으로 지불해야 할뿐더러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기록들을 마감했다. 우선 올해 전승행진이 26경기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온 연승 기록도 29경기에서 끝났다. 또한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통산 17번째 우승을 달성한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4위·20회) 라파엘 나달(2위·19회)과 메이저대회 우승 격차를 좁힐 기회도 놓쳤다. 조코비치는 “선수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