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 美 5G시장 뚫은 이재용… 미래사업 ‘기회의 창’ 열다

삼성전자 5G 통신장비 모습. 삼성전자는 7일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5년간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가 한국 통신장비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8조원을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66억4000만 달러(7조8983억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5년간 공급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다른 미국 통신사들도 4분기부터 5G에 대규모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5G 투자 확대 기조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통신사들이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청신호다.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의 기술, 보안 검증을 통과했다는 점을 앞세워 유럽 등에서도 계약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도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그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5G 기지국 점유율은 16.6%로 화웨이(32.6%) 에릭슨(24.5%) 노키아(18.3%)에 이어 4위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계약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 기술인 차세대 통신장비가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새로운 초격차 기술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번 계약을 앞두고 베스트베리 CEO와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삼성전자의 통신장비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가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사인 에릭슨 CEO를 하던 때부터 꾸준히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장비 사업은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에 비해 삼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업이고 경쟁사와 격차도 컸다. 이 부회장은 5G 사업 연구와 개발을 주도해 왔다. 2011년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연구 조직 신설을 지시하고, 무선통신 분야 최고 전문가인 전경훈 당시 포항공대 교수(현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를 영입했다.

이후 통신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 사업팀으로 조직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동연구 및 협력 확대를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R&D)에도 힘을 보탰다. 2018년에는 5G를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지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결과”라며 “차세대 통신은 이건희 회장이 일군 반도체 사업에 필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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