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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출전 못했어” 호주 80세 축구선수 ‘은퇴’

호주의 80세 아마추어 축구선수 피터 웹스터가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을 딴 ‘피터 웹스터컵’에 데뷔하면서 양팀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피그트리 축구단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팔순의 노인 축구선수가 마지막 공식 경기를 치르고 축구화를 벗었다.

영국 BBC방송과 호주 ABC방송 등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울런공의 피그트리 축구단에서 뛰는 피터 웹스터(80)는 지난 2일(현지시간) 지역리그 선두 러셀 베일을 상대로 한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고 4일 전했다. 그는 이날 선수로서뿐 아니라 경기장 관리인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웹스터는 경기 전 BBC방송 인터뷰에서 “수년 동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면서 “경기가 계속될수록 선수복만 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골망을 설치하는 걸 도왔다.

영국 잉글랜드 프레스턴 태생인 그는 영국 웨일스로 이주해 살던 15세 무렵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럭비를 하는 학교라 축구공을 들고 올 수도 없었지만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축구 드리블을 연습했다. 20대와 30대 시절 동안 철강 노동자로 일하며 웨일스 아마추어 지역리그 축구팀에서 뛰던 그는 1981년 아내 모이라와 세 아이를 데리고 호주로 이민을 갔다. 호주로 건너가서도 그는 공 차는 걸 멈추지 않았다.

소속팀인 피그트리 축구단은 아마추어 리그인 호주 FSC 커뮤니티리그에 있다. 지역리그 외에도 지역 축구계에서는 웹스터의 그간 업적을 기념해 그의 이름을 딴 ‘피터 웹스터컵’ 대회를 만들었다. 지난 2월 웹스터는 경기장에 도열한 양팀 선수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 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웹스터는 과거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다졌지만 요즘에는 손녀의 반려견 산책으로 운동을 대신하고 있다. 선수를 그만둔 뒤에는 손주들이 축구를 하는 걸 보러 다닐 계획이다. 그동안은 자신이 경기에 참석하느라 손주들의 경기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아내는 그가 선수를 그만둔 뒤 가사일을 더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웹스터의 아들인 닐은 ABC방송에 “비가 오든, 날이 개든 성실하게 뛰는 아버지를 보면서 가족들은 헌신이 무엇인지 배웠다”면서 “아버지가 축구를 하며 이룬 업적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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