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대규모 시위·소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뉴욕 등 주요 대도시 경찰이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경찰조직인 뉴욕경찰(NYPD)은 대선 후 예상되는 소요 사태에 대비해 지난 7월부터 시위 대응훈련을 진행 중이다. NYPD 소속 경찰관 3만5000명이 대상이며 이미 8600명이 뉴욕 퀸스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실내 교육과 운동장에서의 전술·전략 훈련으로 구성된다.
새뮤얼 라이트 NYPD 부국장은 “이번 훈련은 1990년대 이후 최대 규모 시위 대응 연습”이라며 “이는 뉴욕시민과 경관들의 안전을 지키고 수정헌법 1조(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의 권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라이트 부국장은 또 “우리는 지난 십수년간 이 같은 규모의 시위에 대응한 적이 없었다”며 “대규모 군중이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의 치안 유지를 위해 적절한 기술과 규정, 절차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요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건 NYPD뿐만이 아니다. 마이클 해리슨 볼티모어 경찰국장은 “투표소에 경찰관을 배치하는 작전을 수립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시위에 대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비슷한 작전 수립 및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시위 대응훈련은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폭동을 일으킬 것에 대한 대비 성격이 강하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불러온 과잉진압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지난 8월에는 ‘대선 패배 시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상황이 어떻게 되나 살펴봐야 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트럼프 후보 측이 우편투표를 문제삼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하거나 어느 후보도 선거인단 과반수인 270표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하원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될 수 있다. 당선자 확정이 하원 선출이나 대법원 판결에 맡겨질 경우 대선 후에도 한동안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대선 후 혼란과 관련해 미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경우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미군 투입을 지시하는 시나리오에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6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막기 위해 연방군을 투입한 전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로저 스톤은 대선에서 지면 계엄령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