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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특파원의 여기는 워싱턴] “바이든, 北 ICBM 도발 막으려면 취임 직후 과감한 제안을”

흰색 군복 차림에 원수 계급장을 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지난 6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서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군 원수 칭호를 받았으나, 원수 계급장을 단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

침묵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사태가 정리되고, 바이든 당선인으로 정권 이양이 확실해진 시점을 기다렸다가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지칭했던 것을 크게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이 핵과 미사일 역량 강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9일(현지시간) 미국 내 북핵 전문가 4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김 위원장의 8차 당대회 발언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들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에 코로나19와 미국 경제회복, 중국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북한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면서 “북·미 관계에 아무런 진전 없이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직후 북한에 과감한 조치를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바이든, 북 도발땐 트럼프보다 강경 대응”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변화나 한국의 유화적 자세가 북한 정권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꺾어놓았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도 북한은 비핵화를 요구하는 유엔의 11개 결의안을 무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은 비핵화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새로운, 야심 찬 핵 프로그램 개발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ICBM에 비해 사거리가 짧았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무시했던 트럼프와는 다르게 대응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보다 강경한 정책을 취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향후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실무협상에서의 비핵화 진전과 연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바이든, 먼저 북한에 메시지 보내야”

- 켄 가우스 해군연구소(CNA) 국장

“김정은의 발언에서 낯선 대목은 없다. 김정은은 북·미 대화에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해 핵 억제력을 희생하지도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 등을 포함해 향후 북·미 관계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뒤 제재 완화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 등 외교적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용히 실시하고, 새로운 공격 전략무기 시스템을 한반도에 도입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은 이에 대한 대가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데 합의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접근법을 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미국 의회가 이에 동의할지도 지켜야 봐야 할 대목이다.”

“북, 바이든 관심 끌려 ICBM 발사 가능성”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

“김정은의 의도는 이해하기 쉽다.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에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회복 그리고 중국 문제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영리하게 알고 있다. 김정은이 북한의 핵 억제력 증강 전략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은 적어도 향후 몇 달 동안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무기 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할지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현상 유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정은은 북한 주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 회복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침묵은 큰 실수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 목표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할 것이다. 바이든은 김정은에게 무언가 신호를 먼저 발신해야 하며, 아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경우 김정은은 바이든 리스트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올해 후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탄두가 태평양에 떨어지면서 김정은의 ICBM이 완전히 작동한다는 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바이든은 그의 의사를 지금,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북 목표, 비핵화 아니라 핵보유국 인정”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김정은의 발언은 다목적 카드다. 하나는 북한 내부용이다. 김정은은 핵무기의 억제력을 통해 힘과 강인함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또 핵과 미사일 능력 확대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공포를 높여 바이든 행정부 내의 군축론자를 유인해 북·미 대화 재개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김정은의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다. 군축 문제에 집중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얻어내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는 낯익은 전략이다.”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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