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라는 극한의 경영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 지연에 따른 장기 성장동력 약화와 함께 ‘뉴삼성 구상’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은 이날 이 부회장 구속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으며, 임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은 부문별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인공지능(AI), 5G, 시스템반도체 등에는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애플 구글 등은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고 AI, 시스템반도체 등 분야에서도 파격적인 글로벌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형 투자를 결정할 구심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2017년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중대한 의사결정은 모두 미뤄졌다. 임원 인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경영 전반이 차질을 빚었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점점 중요하게 보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장기적으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4세 경영권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철회, 준법경영 강화 등을 천명한 뉴삼성 선언이 동력을 잃거나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구속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휘하며 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해 왔다”면서 “이번 판결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이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삼성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