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테슬라의 투자 발표 이후 주요 금융사와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상화폐 열풍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규제 여부가 성장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자산운용사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추가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해당 운용사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아마존, 줌 비디오, 모더나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최근 높은 펀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비트코인에 꾸준히 관심을 표해왔던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화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360만 달러(약 26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500개를 기부해 관련 펀드를 조성했다. 도시 CEO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설립한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를 통해 비트코인 4700여개를 구매한 바 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가상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 ‘비트페이(BitPay)’ 관계자는 애플페이에 자사의 선불카드가 결제 수단으로 추가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최근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에서 “애플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또 다른 회사가 될 수 있다. 잠재적으로 연 400억 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뱅크오브뉴욕(BNY)멜론은행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자금 융통 및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BNY멜론의 자산 서비스 CEO는 “우리가 디지털 자산 관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글로벌 은행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흥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내재 가치가 부족한 비트코인이 풍부한 시중 유동성, 유력 기업들의 진출 등에 힘입어 차세대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미 금융 당국의 규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금융 부문 토론회에서 가상화폐의 오용(misuse)을 금융시장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금융 기술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범죄를 방지하는 등 긍정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옐런 장관은 “상당수 가상화폐는 불법 금융에 주로 사용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대체 자산으로 채택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규제 체계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닥터 둠’이라고 불리는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비트코인의 근본가치는 제로(zero)”라며 “지금의 거품은 결국 또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