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의 바이오 사업 진출이 성과를 내면서 LG, CJ 등도 바이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는 대기업의 적극적 투자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에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다. LG화학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던 전지사업본부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점 찍었다.
LG화학(사진)은 지난해 전체 R&D 예산의 34.3%에 해당하는 3876억원을 전지사업에 투입했다. 전지사업에 할당되던 예산의 상당 부분이 생명과학사업에 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꾸준히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력도 지속해서 충원 중이다. 2017년 360여명이던 생명과학본부 R&D 인원은 매해 30~40명씩 증가해 지난해 말 460명을 돌파했다. 1800명에 달하는 LG생명과학사업본부 인원의 25%가 R&D 인력인 셈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전지 재료, 지속가능솔루션, E-모빌리티 소재와 더불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바이오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CJ헬스케어 매각 이후 의료·제약 중심의 레드 바이오에서 농업·식품 분야인 그린 바이오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2조9817억원으로 10.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제약 시장 재진출 가능성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제약·바이오 의약품 등을 담당하는 레드 바이오 경력 사원을 모집 중이다. R&D 제약, 독성연구, 약리 연구, 제약 생산 관리 등 모집 분야도 다양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헬스케어 매각 이후 레드 바이오 사업을 전혀 진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발효 관련 핵심기술에서 파생된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는 등 바이오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기업의 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더디게 시장이 성장해왔는데 대기업의 진출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비하면 국내 시장은 너무 작다”며 “대기업이 들어오면 경쟁도 더욱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시장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