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혹한’으로 미국 전역이 얼어붙었다. 매서운 겨울 폭풍이 북부에 이어 남부까지 들이닥치며 25개 주에 한파경보가 발령됐고, 7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 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기상청은 이날 북부 메인주에서 남부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앨라배마, 오리건, 오클라호마, 캔자스, 켄터키, 미시시피, 텍사스 등 7개 주정부는 한파에 대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 기상청은 “최소 1억5000만명의 미국인이 한파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며 “이 가운데 5000만명은 영하 17.7도 아래의 혹한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전문가들은 북극권에서 뻗어 내려온 강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파와 겨울 폭풍 현상이 초래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북극이 따뜻할 때 혹독한 겨울 날씨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번 혹한을 기후변화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해 6월 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5도가량 상승하는 등 시베리아 및 북극권 지역은 지난여름 이상고온을 보였다.
고기압은 미 중부지방을 넘어 기온이 온화한 남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까지 내려간 상태다. 오클라호마주를 비롯한 중부지방은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막지역인 텍사스주의 대표 도시 오스틴은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약 12㎝ 넘게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한파에 따른 피해도 상당하다. 겨울에도 영상 10도의 기온을 유지하는 텍사스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30년 만의 한파로 전력 소비가 급증했다. 텍사스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텍사스주전기신뢰위원회(ERCOT)는 260만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 순환정전에 돌입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시설이 (한파로) 얼어붙었다”며 “밤새 많은 전력업체가 시설 동파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은 텍사스주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총 300만 가구가 한파로 인한 정전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일부 공장은 폐쇄됐다.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테네시주 스프링 힐, 텍사스주 알링턴, 켄터키주 볼링 그린, 미주리주 웬츠빌 등 4개 지역의 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포드는 픽업트럭 F-150을 생산하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공장을,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텍사스주 베이타운과 보몬트 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폭설과 결빙 등의 기상 여건 악화로 항공기 결항과 공항 폐쇄도 이어졌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항공기 3000여대의 운항이 중단됐고 공항 3곳이 문을 닫았다.
백신 접종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등은 최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보관이 필수지만 정전 사태로 특수 냉동고 보관을 못하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텍사스주 관계자는 이날 날씨 때문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반출이 일단 중지됐다고 밝혔다. 일부 접종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 텍사스주 보건부 대변인은 “적어도 17일까지는 납품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