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봉준’은 존 리(63·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별명이다. 사람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을 1894년 외세에 맞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으로 부른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지도자가 전봉준이었다면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은 존봉준 존 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1983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월 6일 장중 3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조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3000선 위에 있다. 그럴수록 코로나19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강조한 그에 관한 관심은 커진다. 사교육에 쓸 돈으로 주식을 산 뒤 장기투자하라는 그의 조언을 따르는 이들도 많다.
최근 서울 종로구 메리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존 리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기독교인이 주식에 투자해도 되는지부터 묻자 그는 “투자에 성공한 기독교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서울 내수동교회(박지웅 목사)에 출석하는 그는 기독교인의 주식 투자를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단, 투자의 목적은 부를 일궈 좋은 데 쓰는 것이어야 한다. 기독교의 ‘청부론’과 맞닿은 주장이다. 그는 “신앙은 좋은데 늘 돈을 꾸러 다니는 사람보다 신앙생활도 잘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게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기보다 어렵다’는 복음서의 말씀은 부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대표적 성경 구절이다. 하지만 존 리 대표는 “성경의 한쪽만 강조하면 성경에 대한 왜곡일 수 있다”며 “선한 부자가 되라는 교훈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유대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투자해 돈을 버는 연습을 한다”면서 “자연스레 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며 점점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대인은 13세부터 투자를 경험한다. 경제 독립을 위한 훈련이 시작되는 나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산후조리원부터 방문하고 싶다. 그때부터 소액이라도 투자하는 습관을 갖도록 부모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흙수저였지만 살면서 한 번도 희망을 버린 적이 없다. 존 리 대표는 “헬조선 같은 부정적 표현은 분수에 맞지 않는 집을 사겠다거나 좋은 직장을 얻고 외제 차를 사겠다는 목표만 좇다 생긴 상실감에 기인한다”면서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고 변화에 적응하며 희망을 꿈꾸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조언은 한결같다. 과도한 자녀 사교육비 지출을 중단하고 펀드에 장기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이 가난한 노후를 만든다”며 “70세가 넘어 생활비 때문에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잘못된 생활 방식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이어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교육에 쓸 돈으로 온 가족이 미래에 투자하면 훗날 돈이 없어 고통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 주식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 펀드도 적절히 분산해서 투자하고 ‘6개월 만에 1억원 만들기’ 같은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며 “부모도, 자녀도 정기적으로 펀드를 사고 기념일마다 추가로 매수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소신에 따른 투자를 하라”며 로마서 2장 1절을 소개했다. “그러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아, 누구를 막론하고 네가 핑계하지 못할 것은 남을 판단하는 것으로 네가 너를 정죄함이니 판단하는 네가 같은 일을 행함이니라”는 구절이다. 그는 남을 쉽게 판단하지도 말고 주변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도 말라는 의미로 이 구절을 풀이하며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기 투자와 건전한 부의 축적을 강조하는 그도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면서 “우선 가족이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미래를 여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교회공동체에 대해서도 “교인들이 자기 자녀만 행복하게 만들려고 해선 안 된다”며 “다른 교인의 자녀가 창업하면 십시일반 돕고 성공하면 이윤의 일부는 선교사업에도 쓰는 식으로 공동체가 함께 잘 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