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아빠는 자정 넘어 들어오는 둘째 아이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둘째는 성실한 형과는 완전 반대다. 아빠는 아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안다. 하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저 아이가 장래에 형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에서 같이 지내는 아이들에게 누가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컸다.
아빠는 이튿날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늦게 왔니.” “교회에서 있다가 늦게 왔어요. 제가 해야 할 과제물을 마무리하고 왔어요. 목사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하는 과제입니다.” ‘교회에서 과제를 한다니?’ 아빠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교회 지도자의 지도를 받고 있다는 말에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주일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둘째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됐다. 아이는 교회에서 선배들의 지도를 받고 자신의 과제인 책 읽기와 동영상 녹화로 독후감을 정리했다. 자신에게 맡겨진 숙제를 마무리하고 그날 늦게 온 것이었다. 아이는 1시간 단위로 선배가 할 일을 정해주고 점검해주고 있었다. 그런 과정을 매일 5시간씩 했다고 했다.
목사님이 부탁했다. “아이가 잘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격려해 주세요. 그리고 선배와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조언해 주시고요.”
아빠는 경찰관이다. 때로 3~4세 어린 상사에게도 깍듯이 선배님이라 불렀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교회 선배들에게는 아버지보다도 어렵게 여기고 대해야 한다. 요즘 잘하고 있다.” “예.” 둘째는 동기부여가 분명하게 돼 있는 것 같았다.
‘저러다 하루, 아니 며칠 하다가 제풀에 지치겠지.’ 그런데 아빠의 예상과 달리 아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지속됐다.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반복되면서 엄마도 놀라는 분위기였다.
‘무엇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던 아이에게 급격한 변화를 줬을까. 단순히 선배가 무서워 그런 것일까. 고등학교 대선배가 와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하라고 한 일을 꼼짝 못하고 혼자서 한 걸까. 아니면 정말 자신이 좋아서 집중한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발견이라도 한 걸까.’
목사님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정에서 교회를 온전히 신뢰하고 따르는 일이 자녀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권면했다. 아빠와 엄마는 몇 해 전 교회에서 자동차로 40분이 넘는 거리에 집을 구입했다. 새롭고 좋은 환경과 아파트에서 만족하며 살던 중이었다.
그런데 목사님은 뜻밖의 제안을 했다. “교회 옆에서 교회 동료들과 함께 지내며 목회자의 지도를 더욱 섬세히 받아야 합니다.” 참으로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의 변화를 보며 결단했다.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교회 근처로 이사했다.
“아버지의 분명한 태도가 교회에 대한 자녀들의 태도를 결정합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원만히 지내고, 가족끼리 존중하고 즐겁게 지내야 합니다.” 부부는 목사님의 이런 권면을 따르기로 했다. 큰 아이가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편지를 보냈다. “아빠 엄마, 부모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교회 근처로 이사 온 것입니다.”
어젯밤에도 둘째는 늦게까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거니.” “사실 오늘까지 안 해도 되는데요. 미리 해두려고 해요.” 경천동지할 일이다. ‘아니, 이 아이가 우리 둘째 아이가 맞단 말인가. 기적같은 일이 집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서울 좋은나무교회 집사님 가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교회의 세대잇기는 교회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신앙의 분명한 태도를 가진 부모가 그 자녀에게 신앙의 세대잇기를 한다. 물론 부모는 교회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는 평소의 삶이 건강해야 한다. 좋은나무교회에서는 어른 부부도 건강하게 지내지 못하면 선배 집사, 장로들의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조정 기간을 가진다. 교정된다.
근래 한 비신자 청년이 교회에 오겠다고 했다. 친척이 교회 안에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자신도 좋은나무교회에 와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교회의 분위기가 자녀세대, 주변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것이 신앙의 세대잇기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교회에서 경험한 신뢰를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한다.
이러한 일은 아이 한 명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늘도 그 둘째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내면의 왜곡이 심한 다른 아이가 앉아 있다. 중학교 1학년인 그 아이가 최근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교회의 선배님들과 같이 있는 이곳이 좋아요.”
어제 그 아이는 집에 가지 않고 밤늦게까지 과제를 했다. 밤 12시 반에야 집으로 향했다. 선배들이 나가서 어쩔 수 없이 자기도 가야 한다며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이강우 목사(좋은나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