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영성 작가] 연약함으로 낮아질 때 성령의 손길이 빚고 가득 채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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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성 신학자 마르바 던(73·아래 사진)은 전 생애를 통해 ‘약함의 영성’을 추구한다. 그에 의하면 약함의 영성이란 우리가 약해질수록 하나님은 강하게 일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신비로운 사실은 우리가 자신의 연약함을 알 때까지는 하나님의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단 모든 노력을 그만둘 때 우리는 하나님이 사용하실 수 있는 연약한 질그릇이 된다. 그때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능력을 발휘하셔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실 수 있다. 결국 마르바 던은 우리가 성령의 손으로 빚어진 질그릇이 되기까지 스스로 약해져야 한다고 저서 ‘약할 때 기뻐하라’에서 말한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으로 뭔가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자신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결코 완전하게 깨달을 수 없다. 그러나 약함 때문에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더 자신의 미약한 능력으로 싸우지 않게 된다. 그때 그리스도는 우리를 아버지의 뜻에 맞출 수 있게 되고 우리는 성령의 손에 맡겨진 그릇이 된다.”(‘약할 때 기뻐하라’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 칼리지에서 영성 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주장하는 것은 신학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삶으로 체득한 진리이다. 고난 속에 만난 하나님의 은혜를 체율했기에 그가 고난당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결코 공허하지 않다.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는 그의 말이 상투적이지 않은 이유는 신체적으로 여러 장애를 안고 있는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들어 쓰시도록 온전히 자신을 내어 드린 그의 삶 때문이다.

그는 10대 시절 홍역 바이러스로 췌장이 망가진 이후 늘 질병과 싸워야 했다. 지금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 질병과 장애를 앓고 있다. 한쪽 눈은 보이지 않으며, 두 다리는 각기 다른 이유로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 45년 동안 당뇨를 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저혈압에 시달리고 있으며, 신장을 이식받은 후로는 정해진 시간에 하루 11번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병중에도 감사해야 할 이유’를 성경에서 찾는 데 진력했다. 혼자 그 발견의 기쁨을 독식하지 않았다. ‘위로’ ‘안식’ ‘약할 때 기뻐하라’ ‘희열의 공동체’ ‘나는 언제까지 외롭습니까’ ‘하나님이 눈물을 씻기실 때’ ‘고귀한 시간 낭비, 예배’ ‘우물 밖에서 찾은 분별의 지혜’를 비롯한 20여권 넘는 저서를 통해 전 세계의 고통 받는 자들과 나눴다.

그는 건강문제로 자신의 현주소를 알게 됐고 겸손해졌다고 고백한다. 건강 때문에 하나님을 더 많이 의지하게 됐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웠다. 또 기다림을 배웠다. 고통이라는 것이 바로 사라지지 않고 심지어 몇 년씩 기다려야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한쪽 귀가 안 들리거나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될 때마다 ‘왜 나는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란 고민을 했고 그때마다 하나님이 주권 가운데 행하시는 일이란 답을 얻게 됐다.

마르바 던은 시편을 깊이 연구하고 묵상했다. 시편 저자의 탄식과 깨달음이 마르바 던의 고단한 삶과 중첩된다. 그는 시편의 히브리어 본문과 여러 영어 성경 번역본을 대조하며 시편의 원래 의미를 연구하고, 시편 저자의 심정을 헤아려 ‘위로’에 담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헤세드’. 시편 13편 NIV역에서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번역된다. 그는 주님의 확고한 언약적 사랑과 백성을 향한 주님의 무한한 자비와 긍휼의 은혜를 글로 옮겼다.

“헤세드의 변함없는 확고함은 우리에게, 하나님은 단 한순간도 우리를 잊으신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으실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헤세드의 본질은 하나님이 결코 우리를 돌보시는 일을 그만두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구하는 것을 하나님이 허락해 주시지 않을 때, 또는 끝없이 계속되는 슬픔을 없애 주지 않으실 때, 하나님은 더 우리를 돌보시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원한 지혜와 사랑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를 위한다.”(‘위로’ 중)
 
영성, 하나님과의 관계

세계적인 영성 신학자인 그가 말하는 ‘영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마르바 던에 따르면 ‘영성’이란 하나님과 나의 개인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참된 영성을 기독교적으로 정의하자면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이고, 이로 인해 하나님의 품 안에 있는 것, 그 관계성이 바로 영성이란 것이다. 참된 영성은 결국 우리 존재에 영향을 끼친다. 그는 올바른 영성을 위해 ‘영성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말씀에 초점을 둔 영성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성경공부나 기도, 예배, 그룹 모임에 참여하거나 중보기도, 혹은 함께하는 저녁 식사 또한 영성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모두 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예배와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것이 영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그는 교회와 신앙생활의 기초는 예배이고, 예배는 하나님과의 계약과 만남을 통한 ‘고귀한 낭비’라고 역설한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시간 낭비다. 그러나 예배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허비다.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여 그리스도의 가난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십자가라는 겸손한 방법으로 자신이 창조하신 세상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고 그러한 하나님을 예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령이 주시는 능력으로 살게 된다. 이때 성령은 우리에게 권력이나 성공의 수단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는 능력과 겸손함을 주신다.”(‘날마다 우리를 깨우시는 음성’ 중)

마르바 던은 어린 시절 독실한 루터교 가정에서 자라며 성경 연구 훈련을 받았다. 영문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은 후 진로를 바꿔 노트르담대학에서 기독교윤리와 성서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다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성경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성가대 지휘와 중창단 지도, 캠퍼스 사역을 전개해 왔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홍콩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신학교와 수련회에서 젊은 세대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있다.

오랜 세월 성령으로 빚어진 그릇엔 어떤 영성이 담길까. 그것은 권력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는 능력과 겸손함일 것이다. 날마다 우리를 깨우시는 음성에 귀 기울일 때 주님은 우리에게 그런 영성을 부어주실 것이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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