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한인 편의점에서 쇠막대기 난동이 벌어졌고, 한국계 부부를 폭행한 10대가 기소됐다.
4일(현지시간) ‘샬럿 옵서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연합회 이사장이 운영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편의점에서 흑인 남성 하비어 라쉬 우디 실라스(24)가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보이는 쇠막대기를 들고 들어와 난동을 부렸다.
이 남성은 선반을 넘어뜨리고 냉장고, 테이블 등 기물을 부쉈다. 막대기를 휘두르며 성 이사장 부부를 향해 “중국인 XX들아,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욕설도 퍼부었다. 그는 난동 후 현장에서 에너지 음료를 마시다 경찰에 체포됐다고 한다. 다행히 이 편의점은 환승센터에 위치해 경찰과 경비요원들이 근처에 상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부부의 아들 마크 성씨는 ‘채널9’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우리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타깃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평균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사건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으로 성 이사장은 최소 5만 달러(약 56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직후 친척들이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이제 그만! 아시아계 소상공인을 향한 증오범죄를 멈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자 현재까지 수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CNN 방송은 전날 워싱턴주 타코마 경찰이 한국계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살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계 남성 A씨(56)는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길을 가던 도중 처음 보는 소년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피멍이 드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건 장면을 찍은 영상이 최근 SNS에 올라오면서 용의자가 검거됐다. 경찰은 동영상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가 지난 2일 별개의 강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그를 법원에서 체포했다.
피해자는 최근 지역방송 KIRO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을 용서하지만,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폭력 사건은 제대로 조사되기 원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