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루프레히트 슈미트는 ‘마지막 순간’을 앞둔 환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는 호스피스 요리사입니다. 그는 원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정받는 수석요리사였는데, 채워지지 않는 삶의 허기를 느꼈습니다. 그의 허기는 함부르크에 있는 호스피스 시설, 로이히트포이어(등대의 불빛) 요리사로 일하면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병실을 돌며 환자에게 메뉴를 받아 정성껏 ‘마지막 식사’를 만들었습니다.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은 대부분 엄마가, 할머니가 해주셨던 추억의 음식을 찾았습니다. 만일 ‘생애 마지막 식사로 어떤 음식을 드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동안 많은 인생의 장면들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대부분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은 음식을 꼽을 듯합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이 먹먹해지는 음식이 있습니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유독 생각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재료가 특별한 것도 아니고 만드는 방법이 복잡한 것도 아닌데 슬프거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음식 말입니다.
일본영화 ‘심야식당’을 보고 음식의 맛은 위로이고 추억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도쿄의 번화가 뒷골목, 조용히 자리 잡은 밥집이 있습니다. 모두가 귀가할 무렵 문을 여는 이곳의 주인장 마스터는 손님들의 허기와 마음을 달래줄 음식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 도쿄로 상경한 미치루에게 마스터가 만들어준 마밥이 실의에 빠졌던 그녀를 일으켜 세워준 이야기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음식이 떠오르나요. 투병하던 오빠가 좋아하던 고등어 무조림, 어머니가 도시락 반찬으로 만들어준 치즈계란말이, 외할머니가 끓여준 홍합 매생이죽,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사과식초와 참기름 향의 낙지 숙회…. 당시엔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이 불현듯 생각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날 함께한 사람, 그날의 분위기, 풍경, 음식에 얽힌 사연 등이 결합해 두고두고 기억됩니다. 음식이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음식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입니다. 음식은 추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오늘 점심으로 뭐 먹지?”라는 물음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몸과 마음 영혼의 균형을 맞추는 데 관심을 기울이라는 초대장입니다.
그런데 정서적 공허감, 삶의 허기는 음식만으로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진공청소기처럼 강렬한 허기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깊은 친밀감을 나누기 위해 우리 안에 그 갈망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이 영적인 허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호스피스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처럼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대상은 음식이 아니라 하나님임을 깨닫는다면, 그 간절함은 우리가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이 잘 안 써질 때 음식에 관련된 글을 쓰면 의외로 수월하게 쓸 수 있습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되살려 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음식은 취향과 기호의 산물이기에 관련된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며, 먹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음식은 무엇인지 등, 다음 8가지 질문에 대해 써 내려 가십시오. 글을 쓰면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을 겁니다.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거부한 음식이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2.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3. 내가 좋아하는 차, 음료는 무엇인가요.
4. 내가 싫어하는 차, 음료는 무엇인가요.
5.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6.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최악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7. 먹을 때마다 행복해지는 음식,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8.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과 관련된 기억은 무엇인가요.
*8가지 질문에 답한 후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과 영적인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글로 쓰십시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